4년5개월 만에 러시아를 다시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 일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길...
4년5개월 만에 러시아를 다시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 일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심으로 2박3일간 이뤄졌던 2019년과 달리 북·러 간 군사협력과 밀착을 과시하기 위해 여러 일정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러 일정은 16일까지 일주일가량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당초 회담 장소로 거론되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뤄지면서 이동거리가 늘어났다. 10일 오후 평양을 떠난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우주기지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1시쯤이다. 김 위원장은 환영식과 정상회담, 만찬 등으로 푸틴 대통령과 약 4시간을 함께 보낸 후 우주기지를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민간·군사 장비 생산 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 주요 도시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양국 간 우호관계나 군사협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양 정상이 우주기지에서 회담한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의 군수산업 도시로 꼽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동선을 고려할 때 1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바롭스크는 김일성과 최현이 1940년 소련 제88독립보병여단으로 항일활동을 한 곳으로 김 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소속 함정들이 정박한 33번 부두를 찾아 전략핵잠수함에 승선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켄터키함에 승선했던 것을 겨냥해 북·러 군사협력을 과시하는 성격이다.
러시아 매체 RBC는 김 위원장이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별도로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 수뇌부와도 만나 군사협력의 세부 내용과 향후 일정을 정리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북한 수행단에 군 수뇌부가 두루 포진된 점으로 볼 때 쇼이구 장관과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별도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 쇼이구 장관과의 회담 여부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성사된다면 귀국길에 방문하는 도시 중에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