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릴 것 같던 국민의힘 시대는 당내 갈등으로 급변했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로 혼란스러운 민주당과 지지율까지 키 맞추기를 하는 모양새다. 보수의 미래로 등장한 젊은 정치인이 자신의 행보 문제로 ‘계륵’이 된 상황은 한국 정치의 후진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기세를 올리던 정부·여당이 표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부정 평가는 최고 60%까지 치솟으며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집어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 역시 야금야금 하락하며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월 4일부터 5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525명을 상대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징계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권력 구도는 이 대표를 배제한 채 빠르게 재편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톱’이 됐다.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할 인물들 역시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김기현 의원과 대선 직전 합류한 안철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행보를 견제하는 세력도 등장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을 두고 ‘지나친 권력 쏠림’이라고 비판했다. ‘윤핵관’이라 불리는 인사들의 향후 움직임도 변수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징계대로라면 윤리위는 성상납 역시 발생한 사건으로 보았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만약 성상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인지’, ‘해당 사안을 증거인멸로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윤리위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 대표 성상납 의혹의 진위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면서도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징계가 몰고 올 파장과 논란을 피하려다 보니, 논리가 빈약해지는 상황이다.이 대표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지난 7월 6일에는 “윤핵관이라 지칭되는 분들은 본인들 뜻대로 하고 싶은 게 많아 당대표를 흔들었다”며 “윤리위를 앞두고 가장 신난 분들이 윤핵관”이라며 배후설에 불을 지폈다.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결국, 윤리위 징계를 수용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 대표의 고민은 ‘이준석답게’ 윤리위 결정을 공격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일 것이냐, 본인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타협할 것이냐에 있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지 따져보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 가입을 독려한다는 것은 결국 징계를 적당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시 당권에 도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2030세대에서조차 징계가 ‘적절하다’, ‘미흡하다’는 의견이 ‘과도하다’를 앞섰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가 이 대표 징계가 ‘적절하다’고 보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결국 2030세대의 이준석 지지는 같은 세대가 거대 정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지지일 뿐 이준석에 대한 환호는 아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돌아오는 것이 과연 당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결국 국민 사이에는 ‘이준석 피로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을 비판하면 참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나 갈등을 유발하는 화법은 젊은 남성층 일부를 제외하면 선호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A씨가 주목하는 것은 전체가 아닌 지역별·연령별 여론조사결과다. 모두 8곳으로 권역을 나눈 지역별 조사에서 대구·경북과 호남권에서만 이 대표 징계가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또 전 세대 중 30대 응답자만 징계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48.4%로 ‘잘했다’는 응답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 중 48.5%가 이 대표 징계를 ‘잘했다’고 지지한 만큼, 호남에서 역선택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A씨는 “이 대표는 TK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호남에 대한 확장성을 가진 유일한 국민의힘 정치인”이라며 “국민의힘은 지지기반이 약한 호남, 2030세대에 대한 강점을 가진 이 대표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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