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이순재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신구, 박근형 등 원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가 지난해 말부터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최근 전국 투어를 마쳤다. 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부조리극이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신구, 박근형 등 원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가 지난해 말부터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최근 전국 투어를 마쳤다. 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부조리극이다.

정체를 알지 못하지만 꿋꿋하게 기다리는 연출가에게서 원작의 '고도'가 오버랩된다. 에스터와 밸이 연기하고 싶은 에서도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정체를 모르는 고도를 꿋꿋하게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다렸던 그 순간은 언젠가 찾아온다. 하지만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다. 에스터와 밸은 조명이 떨어지거나, 공연 도중 배우가 잘리는 등의 이유라면 자신들이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에스터와 밸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공연은 중단되고, 이들에게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관객 중 누군가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원하는 학교나 직장의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에스터나 밸과 마찬가지로 무대에 서길 기다리는 배우가 객석에 있을 수도 있다. 혹자는 그 이상의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기다리기도 할 테다. 종교적 구원이라든지 인생의 깨달음이라든지,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기다리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연극은 관객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묻게 한다. 여기에 나아가 에스터와 밸의 모습을 통해 기다리는 사람의 태도에 관한 일련의 교훈을 주기도 한다. 에스터는 원칙과 규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대역 배우는 로비 화장실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밸이 이 규칙을 어기자 강하게 질책한다. 기다려야 한다는 대역 배우의 원칙을 그 누구보다 잘 지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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