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713]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다시 보다: 25+50'
한국 독립영화 감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홍상수라 답할 밖에 없다. 독립영화의 정의란 언제나 모호하지만 대규모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감독 의도의 관철이란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는 늘 독립적이었다. 메시지는 물론이요, 서사와 촬영,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까지 홍상수의 작품들은 독립영화의 관계성을 선명하게 드러내왔다.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다시 보다: 25+50' 섹션으로 소개하는 은 2000년 제작된 홍상수의 세 번째 장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5주년,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섹션에는 유독 2000년에 개봉한 작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을 비롯하여 봉준호의 , 류승완의 가 그렇다. 이들 세 감독이 향후 2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음을 고려하면, 2000년이 한국 영화사에 있어 특별한 해였음이 분명하다.상업영화 감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봉준호와 류승완이다.
을 소개하며 굳이 독립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건 홍상수의 특수성 때문이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주목받는 젊은 감독이던 홍상수다. 그는 1996년 , 1998년 에 이어 세 번째 장편으로 을 찍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홍상수는 한국 영화팬 가운데 모르는 이가 없는 걸물이 되었다. 왕성한 작업량은 물론이요, 성실하며 꾸준하게 깊어지는 작품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의 평가, 꾸준히 수익을 올려주는 작품군이 그의 역량을 증명한다.그러나 홍상수는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독립영화를 찍어낸다. 흥행에 대한 압박으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밀어두는 법이 한 차례도 없었다. 영화는 물론이고 여러 대중예술 분과에서 인디 판의 도전자가 성공 뒤 정체성을 달리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세상이다. 김기덕이 떠난 뒤 홍상수와 같은 작가는 더욱 귀해졌다. 제 자리를 지키며 제 작품세계를 깊게 하는 감독, 그렇게 서서히 모범이 되어가는 감독, 홍상수가 높이 평가돼야 하는 이유다.
은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다. 케이블TV 작가로 일하는 수정과 PD 영수는 요샛말로 하자면 썸을 타는 직장 내 동료사이다. 영수는 말이 PD지 나이가 많을 뿐 아니라 돈도 없고, 무엇보다 처자식이 딸린 유부남이지만, 무튼 그렇다. 다가서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유부남 PD와 처녀 작가 사이의 미묘하고 불온하기까지 한 관계가 성인잡지를 훔쳐 보는 고등학생이 된 듯 관객의 정신을 붙들어놓는다.다음은 재훈이다. 배우의 실제 이름처럼 한 눈에도 귀티가 나는 잘 생긴 청년이 무려 기사가 끄는 차를 타고 수정 앞에 나타난다. 그는 한 눈에 그녀에게 반한 듯 다가서고 그녀가 제 생각보다 순수한 것 같다는 사실에 깊이 빠져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남과 여의 서로 다른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훔쳐보듯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재훈의 욕망이란 여자의 처녀성을 취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제가 그녀의 첫 남자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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