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참배 때 이 교수를 가슴 아프게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해군 수병입니다.\r이국종 이국종교수 현충원
이국종 국방부 의무자문관은 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문관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 김성태 프리랜서가 대전 현충원을 취재하던 중 우연히 포착됐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맸다. 매년 해군 정복을 입고 현충원을 찾았는데, 올해는 어머니와 함께 온다고 양복을 입었다고 한다.이 자문관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직후 육군 1군단 직할대대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 대북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 상처를 입었다. 2000년 작고했고 2015년 현충원으로 옮겼다.
이 자문관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참배객이 적어 썰렁했는데, 올해는 많았다. 영령들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고 좋았다. 영령들이 많이 반가워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 자문관은 고 한주호 준위를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참배한 이유는 “한 준위는 해군의 전설이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한 준위와 이 자문관은 ‘아덴만 사다리’로 연결된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청해부대와 해군 특수전여단이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할 때 UDT 대원들이 삼호주얼리호로 타고 올라간 사다리가 한 준위 작품이라고 한다. 기존 사다리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이 자문관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 참여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납치한 삼호주얼리호를 아덴만 해상에서 구출한 작전을 말한다.
그 자리에서 수병의 어머니를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어머니는 그간 상황을 털어놨다. 외아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미국·일본 등지를 다녔다고 한다. 이 자문관은 “한국을 오래 떠나있었다는 말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한국에 있는 게 너무 힘들다’는 수병 어머니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고 말했다. “천안함이나 연평 관련 전사자 부모들은 그나마 시간이 다소 흘러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지만 해군 수병은 전사한 지 6년밖에 안 돼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연평포격·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이 ‘건강하셔야 아드님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눈을 감는다’고 위로하더군요. 피해자인 척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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