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법의 끝에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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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는 법의 끝에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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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고통을 직면하고 공감하는 것이 ‘편파적’일까. 📝 오지원 (변호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만 외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다. 이것이 그토록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인가. 오래전 법정에서였다. 20대 남성들이 집단 패싸움을 하다 한 명이 사망했다. 그 유가족은 영정사진을 들고 재판을 받는 이들의 재판기일에 참석했다. 오후 2시 판사들이 법정에 들어왔다. 모두가 일어섰다 앉았다. 상해치사 사건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장이 적어도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묵념이나 표현을 하고 재판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유가족이 와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은 다른 사건과 다를 바 없었고 유가족들은 변호인의 주장에 한숨을 내쉬거나 격앙되어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장과 법정 경위는 언성을 높이며 감치를 언급했고 그런 태도를 무조건 제지했다. 피고인 중 한 명의 변호인으로 앉아 있던 나는 너무 불편했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법정이지만 그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사람이 죽었다.

최종적인 법익이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법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고인을 보호하는 것이 법인데 마치 법은 냉정하고 건조한 것인 양 법의 취지를 애써 무시하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슬픔과 고통마저도 권위로 누르려 하는 이들이 있다. 이때 법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 아니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사람들은 법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고 치유에서 멀어진다. 외면하면서 아닌 척, 강한 척, 유쾌한 척 “이 사건은 상해치사 사건입니다. 유가족 분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각자 잘못한 바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판사의 법률상 책무입니다. 때때로 유가족 분들이 듣기에 불편한 얘기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소란이 일어나면 재판에 영향을 주게 될 수 있습니다. 화가 나시더라도 법정 안에서는 자제해주셔야 하고 참기 힘드시면 나가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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