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30년 걸린 일, 2년 만에 따라 만들더니 세운상가 라데팡스 김수근 도심_제조업 소개공지 이영천 기자
늙고 쇠락해 이제 노년으로 접어드는 이 집을 희롱하듯, 세운상가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다. 쿵쾅거리는 공사소음에 '역시 서울!'이라는 자조적 현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곳 역시 아득한 시공간으로 파묻혀 사라지는 중임을 실감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현실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2006년 그는 세운상가를 포함한 지역 일대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2015년까지 세운상가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물론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상인들 반대가 극심했다. 독재정권에 복무하며 '개발독재' 시대를 열어젖히는데 일조한 건축가 김수근 사단이 설계를 맡는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수직 도시' 개념을 적용한 르 꼬르뷔제의 집합주택 위니떼 다비따시옹에서 층별 기능 분리와 근린주구를 참고하고, 1952년 영국 스미스 부부가 주창한 다층도시의 '공중 가로'에서 보차분리를 빌어온다.이 둘을 혼용해 세운상가 설계가 마련된다. 스케치 수준으로 완료된 이 설계가 걸작인지를 떠나, 부지 형상에 맞는 깊은 고려가 없었다는 점과 짧은 시간에 설계하다 보니 모방에 가까웠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최고 권력자의 시선이 두려웠고, 외국인이 바라보는 풍경이 부끄러웠을 뿐이다. 이후 서울은 '빨리빨리'로 점철된 속도로 전광석화처럼 확산하고 재구조화되었다. 야만의 세월이었다. 굴곡진 삶들이 왜곡된 근대화 깃발에 속절없이 매몰되었다. 과연 지금은 어떤가?설계를 마쳤으나, 공사가 문제였다. 당시로선 신개념인 개발사업이다. 단순 도급이 아니라, 사업시행자가 투자한 비용을 분양 등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불확실한 사업성에 건물을 짓겠다는 업체가 없었다. 반강요로 8개 사업시행자가 선정된다. 불확실한 사업성은 당연히 용적률 상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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