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조카·70대 이모, 외부 출입 끊은 지 약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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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인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A씨는 부친에 이어 2021년 모친이 세상을 등진 후 B씨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중증 장애인 조카와 70대 이모가 외부 출입을 끈은 지 약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7일 오후 3시쯤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중증장애인 A씨와 그의 이모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A씨의 이웃들과 아파트 경비노동자 모두 그를 “본 적 없다”고 했다. 이날 A씨의 거주지 앞에 놓여 있는 전동휠체어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모 B씨도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C씨는 “B씨는 종종 밖으로 나와 고양이 밥을 주며 돌아다니곤 했다”며 “‘냄새가 난다’는 민원을 받은 후 집에 가서 인터폰 벨 눌러도 답이 없었다. B씨가 생필품을 사러 다니던 마트에 가니 ‘일주일 동안 오지 않았다’고 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C씨는 “B씨가 평소 건강해보였다”고 했다. 10일 중증장애인 윤모씨와 그의 이모인 이모씨가 거주하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윤기은 기자

이웃 주민들은 A씨와 B씨가 사는 집을 “악취가 심했던 집”으로 기억했다. 위층에 사는 D씨는 “냄새가 베란다나 화장실 등을 통해 심하게 올라와 환기를 못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웃 E씨는 “관리소에도 몇 번을 얘기를 드렸다. 관리사무소에서 구청에 연락하니 거주자 서명을 받으면 청소해주겠다고 했는데 못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관리소장 C씨는 “B씨에게 ‘냄새 좀 어떻게 안 되겠냐’ 물어도 웃으며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만 답했다”고 했다. 동대문구청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방문·전화 상담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들 가구는 동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복지 ‘사각지대 가정’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B씨는 보훈 대상자로 매월 보상금을 수령했으며, 주택 소유자였다. A씨는 80만원가량의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구청 관계자는 “치매상담, 장애인 활동 및 청소 지원 등을 위해 방문했는데 이를 모두 거부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사유 공간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거부하면 집 내부에 들어가서 청소 지원 등을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노인들이 사망한 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60대 여성 수급자가 숨져있는 것을 관할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발견했다. 같은 지역에서는 지난달 22일과 27일 홀로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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