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추노 실사판' 노비 곱덕의 야반도주 결말은?
김진방 기자='1784년 3월 노비로 들인 최곳대의 삼녀 곱덕이 1789년 8월 25일 밤을 틈타 도주한바 오는 10월 5일까지 곱덕을 붙잡아 오겠다. 신뢰를 저버릴 일을 했다면 관청에 고발이 돼 엄한 형벌을 받게 되더라도 달게 받겠습니다.'이 문서는 노비 매매를 중개한 거간꾼 오재삼이 1789년 9월 3일 오씨 문중 대리인인 노비 운노미에게 써 준 약정 문서와 같은 수기다.배우 장혁이 주연한 인기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과도 같은 조선 시대 노비 매매와 도주 사건이 약 240년 전 고창에서 실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오씨 문중의 다른 고문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사건의 정황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작성된 매매 문서를 보면 최곳대의 집안은 지난해 흉년으로 집안 전체가 굶어 죽을 형편에 놓이게 됐고, 셋째 딸 곱덕을 오씨 문중에 싼값에 매매해 곤궁을 면하고자 했다.
문서에 적힌 '흉년으로 수많은 식구가 오랫동안 부황이 들어 살길이 막막하니 굶주려 함께 죽는 것보다는 여식을 싼값으로 팔아서 생을 도모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에 삼녀 곱덕을 의 집에 뒤에 태어날 아이와 함께 영영 방매합니다'라는 문구는 남은 식구들을 위해 여식을 노비로 보내야 했던 조선 시대 가장의 착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교수는"곱덕의 도망과 매매 등에 관한 문서를 살펴보면 곱덕은 흉년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운 형편인 집안 식구들을 위해 싼값에 노비로 팔려 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이후 어떤 연유에서 인지 5년 만에 야반도주를 하고, 추노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전북대박물관이 소장 중인 오씨 문중의 호적단자에는 곱덕이 1879년까지 '도망 노비'로 기재돼 있다. 이로 미뤄 18세에 도주한 곱덕은 108세가 되는 해까지도 붙잡히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언뜻 보면 실용적인 문서로 보이는 노비 매매 문서, 호적단자, 약정 문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면 조선 시대 생활상과 특정 인물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면서"또 이런 연구 자료는 문화 콘텐츠의 기초 자료로서 가치도 크다"고 강조했다.이 고문서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북대 사학과를 주축으로 벌인 '전북 지역 고문서 조사' 과정에서 기증과 기탁, 구매를 통해 박물관에 보관됐다. 김 교수는"곱덕의 이야기는 고문서에 찾을 수 있는 극히 일부 이야기"라며"고문서에는 조선시대판 병역 비리, 집안 재산 싸움, 고단했던 과부의 삶 등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 자료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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