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의 삶... 절대 좌절하지 않았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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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딛고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 전,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서 열리는 중

지금 인천 월미도의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전이 열리고 있다. 재일동포, 재미동포, 재프랑스동포와 같은 낱말은 한국인이 해당 나라에 가서 둥지를 틀고 사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지만 '재' 자를 붙인다고 해서 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재일동포와 재중동포 등은 오늘날 이민 형식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은 '재미동포' 등과는 출발부터 다르다고 봐야 한다.

"82만여 명의 재일동포가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재일동포의 궤적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은 제도적, 민족적 차별과 싸우며 스스로 '자이니치'라 부르며 일본 사회에 자리매김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정상 국가를 꿈꾸는 모국에 무한한 사랑을 보냈던 이들을 우리는 '재일동포'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동포인 재일동포. 그들을 알고자 하지 않았던 우리. 이번 전시를 통해 모국과 함께 해왔던 이들이 누구보다도 가까운 동포임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전의 전시 기획 개요다. 사실 잘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잘 모르는 게 재일동포들의 삶이다. 이러한 그들의 역사를 한눈에 알려주는 뜻깊은 전시회가 있어 다녀왔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1부 이민역사의 개요, 2부 식민지 조선인에서 내지의 선인으로, 3부 조선인에서 자이니치로, 4부 재일동포 열도에서 우뚝서다, 5부 마무리로 구성되어 있다.재일동포들의 삶은 일제의 조선 침략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전시된 사진들이 그걸 절절히 말해준다. 벽면을 가득 채운 흑백 사진 속의 '조선인'의 모습은 그 자체가 일제침략기의 생생한 기록이며 역사다. 특히 해결되고 있지 않는 재일동포의 강제징용과 강제노동 그리고 간토대지진 학살을 다룬 꼭지에서 관객들은 발길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참하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조선인들이 절대 좌절하지 않고 현실을 타파해 나갔다는 사실이다. 전시 중인 인물 가운데 재일한국인 변호사로 활약한 김경득 씨의 이야기는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김경득 변호사는 1949년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나자와 게이토쿠란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1972년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사하신문사에 취업이 거부되자 그때까지 써오던 일본명을 버리고 본명인 김경득을 쓰기 시작했지요.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으나 한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사법연수소 입소를 거부당하자, 최고재판소에 '국적조항' 철폐 청원 의견서를 6회에 걸쳐 제출하게 됩니다.

이는 이날 전시장을 찾은 기자에게 친절한 해설을 해준 신애자 인천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다. 신애자 해설사는 이 밖에도 조선인 차별이 발단되어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김희로 사건 등을 포함하여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흐름을 들려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자이니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시를 둘러보고 나니 모르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특히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의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조선인들의 참혹한 사진을 보며 분노를 느꼈습니다. 더 놀란 것은 간토대지진에 대해 오래전부터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과 단체들이 해마다 추도식을 열고 있는데 견주어 한국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에 대해 나 자신부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82만 재일동포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상을 살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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