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위기에 아베 닮아가는 이시바의 ‘거친 입’

일본 차기 정부를 결정하는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거 주요 쟁점인 경제와 관련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자민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에 대한 여론도 차가운 분위기다. 오는 27일

일본 차기 정부를 결정하는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거 주요 쟁점인 경제와 관련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자민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에 대한 여론도 차가운 분위기다.

오는 27일 중의원 선거 본투표를 앞두고 이시바 총리는 선거 지원에 그야말로 ‘올인’을 하고 있다. 23일 이시바 총리의 직전 사흘간 일정을 보면, 이 기간 당 후보자들을 위한 길거리 지원 연설을 무려 22차례나 했다. 오전 7시께 하루 일정을 시작해 도쿄역에서 고속열차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를 돌아 밤 10시께 도쿄 숙소로 돌아오거나, 기차로 오사카-사가-교토에서 선거 지원 연설을 끝낸 뒤 자민당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과 회의까지 끝내고 밤 11시께 일정을 마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22일에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항공기로 간사이 지역에 도착한 뒤, 9시간 동안 지역을 바꿔가며 아홉 차례 길거리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의 행보에는 중의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자민당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각종 여론조사가 자민당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1일 ‘차기 중의원 선거 동향’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 중의원 의석수가 기존 247석에서 최대 50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보도했다. 하루 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과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경합 지역구에서 심각한 성적을 낼 경우, 두 당의 의석수가 최대 70석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선거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면서 이시바 총리의 입도 거칠어 지고 있다. 그는 22일 길거리유세에서 “ 민주당 정권은 악몽이었다”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직격했다. 민주당을 향한 ‘악몽’이라는 말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주 썼던 표현이다.

자민당으로서는 선거에 불리한 요소들이 여럿 남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은 22일 세계경제전망에서 일본의 실질 성장률을 7월 대비 0.4%포인트 낮춘 0.3%로 예상했다. 교도통신은 “중의원 선거에서 경제 정책이 초점이 되고 있어 일본 유권자들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자민당이 내놓은 각종 정책에도 장애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2030년 이전에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책과 관련해서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22일 “목표라는 건 도전적일 수 있지만,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건 혼란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시바 총리는 결혼 뒤 배우자 성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부부 별성제 도입’에 대해 애초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꿨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한다’는 국민 의견이 60%를 넘고 있다. 반대로 ‘국방족’으로 잘 알려진 이시바 총리의 ‘방위비 증액’ 방침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70%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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