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검사들 [한겨레 프리즘]

South Africa News News

이토록 친밀한 검사들 [한겨레 프리즘]
South Africa Latest News,South Africa Headlines
  • 📰 hanitweet
  • ⏱ Reading Time:
  • 62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8%
  • Publisher: 53%

정환봉 | 법조팀장 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엄정할 땐, 약자에게만 가혹해진다. 권력은 힘이 세다. 이들은 조사실과 법정에서만 다투지 않는다.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론을 움직인다. 자신의 편을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고 반대편을 솎아낸다. 이들을 상대로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처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엄정할 땐, 약자에게만 가혹해진다. 권력은 힘이 세다. 이들은 조사실과 법정에서만 다투지 않는다.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론을 움직인다. 자신의 편을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고 반대편을 솎아낸다. 이들을 상대로는 싸우기도, 이기기도 어렵다. 어려운 일을 피하면 남는 것은 쉬운 일뿐이다. 약자만 처벌하게 된다.

이런 부조리에서 ‘거악 척결’의 명분이 나왔다. 검찰은 거악 척결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퇴임을 앞두고 대검찰청에서 제작한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일선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책의 발간사에 “모겐소는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외치면서 거악 척결을 강조했다”고 썼다. 그는 검찰총장 퇴임 하루 전인 2021년 3월3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로버트 모겐소에 대해선 글을 써도 10장은 쓸 수 있다. 미국 갑부들의 시세조종, 내부거래, 탈세를 검찰 수사로 엄단했다”고 평했다. 로버트 모겐소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34년 동안 검사장으로 일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를 관할했던 그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주가조작 범죄를 거악으로 보고 엄정한 수사를 이어가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의 아버지’라고도 알려져 있다.한국에서도 범죄 유형과 대상이 모두 거악인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항변한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김 여사의 무혐의 결론을 내놓은 브리핑에서 “수사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 7월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조사했다. 대통령 부인이라는 김 여사의 ‘지위’를 고려했다. 같은 날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대면조사는 처음이다. 저는 거기에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체의 다른 고려’가 없었다면 서울중앙지검 대부분의 검사실에서 날마다 이뤄지는 대면조사에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김 여사가 지닌 ‘권력’을 고려했다. 적어도 법조인이라면 얄팍한 ‘체면치레’를 위해 형사소송의 근간이 되는 ‘증거와 법리’를 팔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피의자에게 ‘이토록 친밀한 검사들’을 본 적도 없다.

모든 검사를 싸잡아 비판하고 싶진 않다. 많은 검사가 하루를 쪼개 써가며 범죄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주목받는 사건들 밖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검사들이 있어 이 사회의 정의가 이만큼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망은 어쩔 수 없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는 검찰의 권한이 공격받을 때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온갖 정의로운 가치들이 빼곡하게 담긴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모든 검사가 이 비극을 방조한 혐의를 벗기 어렵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hanitweet /  🏆 12. in KR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자존’의 공간을 위하여 [한겨레 프리즘]‘자존’의 공간을 위하여 [한겨레 프리즘]방준호 | 이슈팀장 연휴를 맞아 평소 틈날 때 그렇듯 지역 아무 도시나 택해 여행했다. 어느 곳이든 움직여 닿을 수 있고 머물러도 별달리 내쫓길 일 없는 처지라는 것, 공간은 대개 ‘그저 펼쳐져 있을 뿐’이라는 감각은 곱씹을수록 소중한 것이었고, 그래서 놓칠까 두려운
Read more »

‘금투세 좌초’와 기본사회 헛꿈 [한겨레 프리즘]‘금투세 좌초’와 기본사회 헛꿈 [한겨레 프리즘]노현웅 | 정책금융팀장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한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예정된 시행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할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쑥 내놓은 폐지 방침에 따라 국회만 쳐다보고 있고, 국민의힘은 여론을 등에 업고 야당을 압
Read more »

툭하면 없던 일, 불법파견 [한겨레 프리즘]툭하면 없던 일, 불법파견 [한겨레 프리즘]박태우 | 노동·교육팀장 지난 8월23일, 고용노동부는 하청·이주노동자 등 노동자 23명을 숨지게 한 경기 화성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의 원·하청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리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
Read more »

임종석을 위한 변명 [한겨레 프리즘]임종석을 위한 변명 [한겨레 프리즘]이정애 | 정치팀장 “이러다 정말 전쟁 나는 거 아냐?” 중고등학교 친구 케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5년여 만이다. 케이가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내온 것은. 케이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를 보냈다. 북한이 단거리·
Read more »

‘이친자’VS‘정년이’, ‘옷소매’ 출신 PD들의 승부 첫 승리는…[MK이슈]‘이친자’VS‘정년이’, ‘옷소매’ 출신 PD들의 승부 첫 승리는…[MK이슈]‘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호흡을 맞췄던 송연화, 정지인 PD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정년이’로 맞붙었다. 첫 승리는 ‘정년이’가 가져갔다. 지난 12일 첫방송을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이하 ‘이친자’)와 13일 첫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가 지난 13일 처음
Read more »

[기자칼럼]이토록 분리된 세계[기자칼럼]이토록 분리된 세계두 달간 두 개의 세계를 살았다. 정치부 일과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 시리즈 준비를 병행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지구 전역을 돌며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물건들의 생애를 ...
Read more »



Render Time: 2025-02-25 12:5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