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기시다는 드골과 아데나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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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기시다는 드골과 아데나워의 길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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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조약을 모델로 한일 신성장 파트너십을 구상하고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확대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우리는 어떨까요. 60년 전 독일과 프랑스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관계의 물꼬를 텄다고 자평하는 지금, 과거 엘리제조약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요. 두 정상은 이후 4년간 15번의 만남, 100시간이 넘는 토론, 40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독일과 프랑스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론의 반발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의 국익을 위한 길”이라고 연설하며 국민들을 설득했습니다. 독일을 상대로 오랜 교감의 시간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죠.이스라엘-폴란드-체코 연대가 이끈 ‘홀로코스트 사과’반대로 전범국 독일을 이끈 아데나워 총리 입장에서 살펴볼까요. 독일은 프랑스를 포함해 이스라엘·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와도 관계개선을 이룹니다. 모두 전쟁으로 씻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국가들이죠. 그 배경에는 아데나워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가 깔려 있다고들 합니다. 물론 사죄만으로도 일본과 극명하게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한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독일로서는 별다른 묘안이 없었죠. 패전국 지위를 벗어나 과거 독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내부적으로는 나치와 단절하고, 대외적으로는 적극적인 화해와 반성의 제스처를 취해야 했죠.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를 찾아 무릎을 꿇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이후 외교협상을 거쳐 2021년 나미비아에 공식 사죄하고 9억4,000만 달러의 개발 원조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만 인정했을 뿐, 법적 배상은 없었습니다. 배상액도 나미비아 측이 요구한 액수보다 적었고, 배상금은 개인 피해자가 아닌 나미비아의 재건과 경제개발 명목으로 지급됐습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우리가 피해자 개인은 쏙 빠지고 일본과 정부 간 협정으로 주고받은 것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이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드골 대통령과 아데나워 총리의 차이점이 뚜렷해집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우여곡절 끝에 매끄러운 아스팔트 길로 양국의 미래를 열어 갔다면, 한국과 일본은 아직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핵심은 독일과 달리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이 부족한 일본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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