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 운전사] 제주에서의 5개월 택시 운전, '고마운 기억'으로 남은 이유
제주에서 7년을 살았다. 2010년 섬에 들어갔다가 2017년 육지로 나왔다. 그땐 아이들도 어렸고 아내도 나도 젊었다. 처음 3년은 동쪽 시골 언덕 위 하얀 집에서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을 태우고 중산간 길을 달리던 아내의 차가 갑자기 나타난 노루를 피하다 노변 바위에 부딪힌 후 튕겨 나가버렸다.
제주 겨울은 명목상 온도는 영상이라도 사방팔방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춥고 시린 날이 많았다. 바람이 심하면 멈춰야 하는 들쭉날쭉한 현장과 시린 겨울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다 싶어 냉큼 택시운전자격증을 따서 택시회사에 들어갔다. 2015년 겨울이었다. 그 해 포털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했던 '해외입양인의 삶과 사랑'을 14회까지 쓰고 마무리 한 후였고 2016년 출판 계약을 맺은 책 원고를 손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글을 쓰면서 두드렸던 망치를 내려 놓은 대신 겨울 지나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 운전대를 잡을 생각이었다."이십대 때 택시 몰아봤다고 했죠?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건 없으니 잠깐 미터기 작동법만 설명 드릴께요. 손님이 타면 이걸 누르면 되고 내리면 이걸 누르세요. 다른 건 해보시면 알아요. 모르면 다른 기사들한테 물어보시고요.
가로등도 있고 억새밭도 아닌 아스팔트 길이지만 그래도 택시는 누군지 모를 사람을 태워야 하는 일이었다. 큰길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제주 사람들은 내 인사말 안에 담긴 단어와 억양만으로 내가 육지것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아냈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보다 더 친절하게 지름길이나 전통적인 동네 이름을 알려주곤 했다. 즉 인구밀도가 높은 시내권과 낮은 시외권의 짧은 구간거리와 서로 다른 대중교통 수요가 공급 체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특성은 효율적인 대중교통 체계에 구멍을 내고 그곳을 택시가 메꾸는 형국이다. 8년 전에는 그랬다. 첫 번째 문법이다.
두 번째는 여행객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1970~80년만 해도 가장 많이 찾던 신혼여행지는 제주도였고 비행기에서 내린 신혼부부는 여행 기간동안 대절한 택시를 타고 관광을 했다. 제주 사람들은 정말 모임이 많다.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부터 학교와 직장에 친인척 모임까지 매달 치러내야 하는 모임이 몇 개다. 육지 사람들도 그런 모임들이 있지만 섬 문화의 특성 때문인지 제주 사람의 자신을 낳은 땅을 중심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는 억지로는 끊어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괸당문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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