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 작은 마을 여행 강원 화천 일로 하던 여행, 싫어졌던 시간 카메라 내려놓고 즐거움 찾아 유년 시절 ‘평화의 댐’ 기억 화천‘민통선 북상’ 케이블카 등 명소
‘민통선 북상’ 케이블카 등 명소 강원도 화천 파로호의 새벽 물안개. 강원도 화천에 왔다. 읍내는 작았고 한적했다. 누군가 얼기설기 급하게 만들어 놓은 세트장 같았다. 낡은 버스가 세워진 터미널 앞에는 수달 동상과, 군인들이 계급장을 다는 수선집과 카페, 음식점 몇 곳이 무심하게 서 있었다. 배가 고팠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제법 지나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눈개승마’라는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파는 집을 발견하고는 들어갔다. 밥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으로 ‘눈개승마’를 검색해 보니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주로 나는데, 항산화 효과가 있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었다. ‘흠, 노화 방지라…메뉴는 제대로 골랐군.’ 나물은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났다. 세 가지 맛이 나 삼나물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간이 조금 심심했는데 오히려 좋았다. 이제 오십인 내 위에는 소스를 잔뜩 뿌린 음식은 조금 부담스럽다. 세상에는 나이에 맞는 음식이 있는 것이다.
시간을 딱 5년 전으로만 되돌릴 수 있다면, 내게 남은 시간을 딱 5년만 빌려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운명이라 여기지 않으리라. ’어쩌다 사장’ 촬영지인 원천상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원천상회’라는 곳에 들러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티브이를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은 챙겨서 보았다. 차태현과 조인성의 친절하고 다정한 미소와 마음이 너무 보기 좋았다. 보는 내내 이런 작은 마을에서 슈퍼나 하나 꾸리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티브이 프로그램이니까 저렇게 평화롭게만 보이지, 사실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아니겠어? 나름 힘든 점이 많을 거야’ 하고 지금의 삶을 변명하기도 했다. 원천상회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끓여준 라면.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요즘엔 관광객들이 많이 안 오나 봐요.” 아주머니는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