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옥천읍~이원읍 구간서 9월까지 농가들이 직판... 가격·신선도 입소문에 단골 형성
무더운 여름, 충북 옥천군 옥천읍과 이원면을 잇는 4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포도 팝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과 좌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년 중 대부분 꽁꽁 싸매어 있다 7월부터 9월까지만 열리는 이 좌판은 농가가 직접 포도를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은 이 근처에서 캠벨을 찾으려고 하면 별로 없어. 우리도 엄청 많진 않아, 일부를 샤인으로 바꿨거든. 작년에 포도 복숭아 축제 때 참여한 캠벨 농가가 대여섯 집밖에 안 됐는데 우리가 그중 하나였어. 샤인은 수확 시기가 늦으니까 그땐 참여를 못 하지. 그래서 재미 좀 봤어. 요즘 캠벨은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많아.""37살이었나, 그땐 온 마을이 다 공판장으로 납품했단 말이여? 10kg짜리 스티로폼 상자에 납품했는데, 상자당 7만 원 줄 테니까 가져오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돈을 바로 안 주는 거야. 두 번째도 안 주고, 세 번째가 되니까 그제야 돈을 주는데 박스당 5만 원에 주더라고.""아저씨! 우리 동네 포도가 다 이리 오는데 내가 도시락 싸서 어른들 다 여기 못 오게 할 거요!""마을의 이익을 위해 대표로 상회랑 얘기해야 하는데 안 하시더라고.
"예나 지금이나 제일 중요한 건 철이야. 특히 포도는 신선한 걸 먹어야 해. 요즘 젊은 층에서 캠벨을 별로 안 찾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도 캠벨이나 거봉을 좋아하거든. 그런데 샤인이 인기라고 다 그것만 하니까 오히려 우리 집으로 캠벨 찾는 사람이 늘었어. 이것도 유행이지. 돌고 도는 거야. 인생도 다 그런 거 아니겠나 싶어."또 다른 포도 재배 농민 임현재씨는 석화리에서 농사를 크게 짓는 편이다. 상회로 가져가면 오히려 가격을 덜 쳐주기도 하고, 매일 있는 경매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했다. 같은 포도인데 어제는 상자당 2만 원 하던 것이 오늘은 1만5천 원이 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농사를 잘 짓는 것만큼 판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특히 샤인머스캣 주 고객층인 젊은 층은 인터넷 주문을 선호하니까요. 판로가 다양해지면서 마을 앞에서 파는 양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죠."최근 몇 년 사이 농협 APC를 통해 출하하는 양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엔 70~80퍼센트가량 농협을 통해, 남는 물량은 우체국 쇼핑과 마을 앞에서 직판으로 판매했다. 농협의 경우 출하 시기가 되면 견본을 제출해 품질을 확인받는데 이를 통과 해야만 한다. 출하하는 처지에선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안정적으로 값을 받을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포도는 일단 따면 이틀 안에 다 팔아야 해요. 남으면 회수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직판이니 로컬이니 판로를 최대한 확보 해야죠. 평균적으로 보면 농협 APC 쪽으로 반, 나머지 반이라고 보면 되겠네요."두 사람 모두 고령화가 지금 마을에 닥친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임현재씨는 마을 작목반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데 그보다 나이가 어린 이는 단둘뿐이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직장생활 중이다. 뒤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게 마을 주민으로, 또 농민으로 두 사람이 가진 큰 고민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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