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소식을 듣고 생각난 그림책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시작된 이번 전쟁은 10월 초에 이미 양측 도합 500명 이상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25일 기준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5800여 명 중 아동이 2360명이라고 한다. 또 다른 무장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까지 전쟁에 참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상상 속에서 엄마의 다정한 인사를 들으며 아이는 잠자리에 든다. 아이가 상상으로 전쟁 놀이를 하는 내용을 담은 이 그림책은, 어린 아이가 겪은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이 책은 이란 작가들이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피해 사례를 토대로 했다고 한다. 이란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란 편에만 서지는 않고, '모든 아이들이 피해자'임을 상기시킨다. 아이들의 상상 놀이를 주제로 한 그림책에서 주인공은 보통 상상 속 캐릭터와 함께 신나게 논다. 하지만 에서 아이는 적군 대장과 참혹한 전쟁을 벌인다. 실제 전쟁은 끝났지만 아이의 마음속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보다 슬픈 상상 놀이를 다룬 그림책을 보지 못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몫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전쟁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그들에게 화해와 용서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에의 아이와 적군 대장처럼, 서로 이야기를 듣고 들려줄 수는 있지 않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의 고통을 알게 돼 더는 미워하지 않도록, 전쟁을 끝내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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