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함만 남았다... '여성 안전'을 고민하는 장관 후보자는 없을까
나는 생각이 많아질 땐 혼자서 사찰 주변을 산책한다. 지방에 살다가 2년 전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부터 들였던 습관이었다. 특히 저녁은 고요해 사색을 즐기기 좋은 시간이 된다. 며칠 전에도 조계사 둘레길에 올랐다. 밝은 초저녁이었고 사람은 없었다.그런데 평소처럼 차분히 옮기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작은 바람소리에도 깜짝 놀라 고개를 둘러봤다. 사찰 주변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하려 해도, 어딘지 불쾌한 긴장감이 올라와 온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결국 길가 벤치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을 마주치곤 대뜸 혼자 놀라 둘레길을 허둥지둥 빠져 나왔다. 문득 이제 나는 혼자서는 숲길 산책을 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서울 신림동 공원 강간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두 달이 흘렀다.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그 사건은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최근 내가 사는 주택가 인도에 큼지막하게 새로 생겨난 '여성 안심 안전길' 형광 표식도 그랬다.
그러나 김 전 후보자는 결국 인사청문회장에서 퇴장하며 '줄행랑'을 쳤고, 자진 사퇴로 물러났다. 온라인에서 '김행랑'이라 회자되는 그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봐도 웃기고 슬프면서 한편으론 씁쓸하다. 나는 김 전 후보자가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사실 좀 궁금하기도 하다. 당당함이었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이었을까.. 나도 물론 예전엔 회사 면접장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자질을 질문 몇 번으로 가차 없이 평가당하니 말이다. 그래도 버텼다. 정말 그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나 같은 일개 시민도 버티는데 장관 후보자란 사람이 도망을 친다니. 사실 김 전 후보자는 그리 절실하게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치기 어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김현숙 장관의 사표 처리는 아직이라지만, 어찌 됐든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는 다시 빈 자리가 됐다. 더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다음 후보자가 누가 나올지 꼼꼼히 살피고 국민의 입장에서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과거 여성가족부를 설립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던 여성들과 운동가들을 노력을 폄훼하지 않는, 적어도 여성 안전을 퇴보시키지는 않은 리더가 자리하기까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상이 주춤거리는 내가 다음 후보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중요한 건 그저 국민들의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 하루하루 일상의 불안함을 없애고, 무너지는 듯한 안전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
그런 일들을 맡는 데 적격인 이가 장관으로 와서 국민들과 함께 이런 작은 소망들을 천천히, 하나씩 이뤄 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 무거운 책임을 망설임 없이, 혹은 망설이면서도 기꺼이 어깨에 짊어지겠다는 이가 모두가 원하는 장관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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