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6] 큐레이션 02 여기 한국입니다,
극영화도 다큐멘터리도 어떤 이야기는 개인의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창작자의 것으로부터다.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경험, 지나간 사건의 잔상이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공된 이야기가 배우라는 다른 대상을 통해 표현되는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 안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장면과 대상이 살아 숨 쉰다는 것 정도랄까. 그리고 가끔은 창작자 본인이 프레임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현재라면 지금 의도하고 있는 대로, 과거에 존재한다면 그동안 쌓인 증거의 두께에 따라.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어느 날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개인의 서사를 지나며 응축되어 우리 사회의 입시 제도가 가진 어두운 단면, 그 그림자의 길이를 헤아린다. 2014년 수능,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숨통을 조여 오는, 정해진 날짜 앞에 선 일산 주엽고 고3 학생들의 모습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절. 조금만 재미있어도, 약간의 재능만 보여도 그건 곧 미래의 꿈이 되었고, 정말로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던 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꿈은 허황되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당장은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는 일도 쉽지 않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가 벌써 걱정된다. 아직 학생인 다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 윤지, 민정, 민지, 주희, 유아 모두가 그렇다. 아니, 어쩌면 수능을 앞둔 모두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삶의 가장 높은 장애물이라 생각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학에 입학하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사회에 발을 내디딘 후에도 이전의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는 물론, 새롭게 맺게 되는 인간관계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한 미래에 대한 걱정, 무고한 희생과 슬픔을 반복하는 사회적 충격은 여전히 삶을 뒤흔들고 제대로 된 걸음을 딛기 어렵게 한다. 무엇보다 평생 함께일 것이라 생각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서로 가야 할 길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소원해진다."나는 입시생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지워가는 우리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사라지는 것이 싫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들은 점점 내 곁에서 사라져 갔다. 나도 대학에 붙고 친구들도 대학에 붙었다.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았고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 기록 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을 곱씹으며 남은 의미를 찾으려 했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번지점프하던 60대 추락사...수원 상가 화재로 1명 숨져[앵커]어제(26일) 오후 경기 안성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번지점프를 하던 60대 여성이 떨어져 숨졌습니다.수원에서는 상가 건물에서 불이나 20대 남성이 의식...
Read more »
‘파묘’ 3일만에 100만 관객 돌파···‘서울의 봄’보다 빠르다장재현 감독의 신작 영화 가 개봉 사흘째인 24일 오전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
Read more »
‘금리 고통’ 중기에 76조 긴급수혈한다는데… “좀비기업도 살리나” 지적도당정,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발표 KB·신한 등 5대 은행 20조 지원사격 중기 대출이자 최대 2%P 부담 완화 일각선 좀비기업 구조조정 실기 우려도
Read more »
오늘도 ‘쇼츠지옥’에…“5분만 보려 했는데 새벽”[주간 경향]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정보통신기술(ICT) 복합문화공간 앞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과 20대 대학생·취준생 등 10여명이 입장을 기...
Read more »
20대 기자 호텔로 불러 성폭행…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4명이 저지른 일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프로축구팀 남자 선수 4명이 여자 기자 1명을 호텔로 불러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매체 라나시온과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투쿠만주(州) 검찰은 성폭력 혐의로 세바스티안 소사(37), 브라이안 쿠프레(27), 호세 플로렌틴(27), 아비엘 오소리오(21) 등 축구선수 4명을 조사하고 있다.
Read more »
'나만 생각하면 애 낳은 것 후회' 젊은 부모들의 솔직한 토로[대담한 대화⑨] 부모들이 말하는 저출생 해법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