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한 의료계의 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대 증원의 근거에 대한 논의는 여러 지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반복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신,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바탕...
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한 의료계의 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대 증원의 근거에 대한 논의는 여러 지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반복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신,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올바른 해결책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7천 명 이상의 전공의들에게 이번 주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통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공의들이 3개월 면허정지를 받으면 최소 3개월간은 병원으로 돌아올 길이 막히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3개월이 아니다.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면허 정지가 해제된 이후에도 당장 병원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전공의 수련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3개월 면허정지로 인해 올해 수련 기간을 채울 수 없다. 따라서, 전공의 부재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혼란은 1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1년 후에는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까? 올해 사직한 일부 전공의들은 군에 입대할 것이고, 일부는 전공의 수련을 완전히 포기하고 일반의의 길을 갈 것이다. 일부는 복귀를 고민하겠지만, 비상 상황이 계속되는 병원에서 적절한 수련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수련을 더 미룰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과거 한의대생 집단 유급 시에 신입생을 70%만 뽑은 선례가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입생을 예정대로 모두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므로, 초유의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정도 규모의 교수 증원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재정 부담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교수 1명을 채용하면 정년까지 30년 가까이 장기간 고용해야 하므로, 대학에서는 교수 정원을 1명 늘리는 데도 신중을 기한다. 국립대 병원의 교수 확충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지만, 교수 요원의 양성이나 재정 부담을 면밀히 고려하여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한 과제이다. 5000여 명의 의대생이 졸업하는 2031년에는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의대 졸업은 의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며,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하려면 수련이 필수적이다. 2000명 증원 소식에 당장 떠오른 생각이 '이 많은 졸업생들을 도대체 어떻게 수련시키려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당장의 증원 논란 때문에 이들의 졸업 이후 수련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5000명 이상의 새내기 의사가 배출되는 6년 뒤에는 또다시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는 계속해서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 가동을 위해서 예비비 1200여억 원을 지원하고,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매달 1800여억 원을 추가로 건보재정에서 투입한다고 한다. 1년에 약 2조가 넘는 돈이다. 이런 재정을 미리 필수의료에 투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돈은 현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소모적으로 사용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진료보조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는 상급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들의 탈진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 될 수는 있으나, 진료 수준을 정상화시킬 수는 없다. 의료 행위의 양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다양한 의료 직종과의 협의를 통해 조화롭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갑작스럽게 제시된 업무 목록에는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항목과 숙련된 전문의가 시행해야 하는 고위험 술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법적 위험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의사, 간호사, 환자 모두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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