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에세이] 린 틸먼 지음
미국 소설가 린 틸먼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자기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무너진 엄마를 11년간 돌본 경험에 대해.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소명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썼다. 11년의 혼란과 무지와 절망과 갈등과 우울을.누구나 처음이 있다. 처음은 모두 낯선 것이고 그렇기에 잘 할 수 없다. 그러다 반복하며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지만 무너진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그렇지 않다. 점점 곤경에 빠진다. 린 틸먼도 그랬다. 내가 돌보고 있는 이 사람이 나를 키운 엄마인가 자꾸 반문하게 됐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병원은 각종 검사로 기계적 대응을 우선한다. 린은 의사의 매너리즘에 대항해 엄마의 병증을 직접 조사해 다른 치료법과 전략 등을 제안하며 엄마를 돌봤다. 이는 의료 상식이 없는 '보호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린에겐 두 자매가 있었다. 모두 어머니 돌봄에 각자의 역할을 했지만, 돌봄은 두부 모 자르듯 정확히 재단해 나눠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자매마다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다르고 관계가 다르고 돌봄관도 다르다. 인지가 무너진 엄마를 상대로 언니가 아무 소용 없는 옳고 그름을 따져 울분을 터뜨릴 때면 인내심이 바닥났다. 자매가 있지만 돌봄의 고달픔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종종 억울했고 매일 외로웠다.
엄마에 대해 느끼는 양가감정은 딸에게 딜레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딸은 어른의 눈으로 엄마를 평가한다. 말을 뱉어내든 아니든, 엄마는 딸에게 판단되어진다. 엄마는 내게 좋은 엄마이기도 나쁜 엄마이기도 했다. 나는 린처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엄마가 싫어졌고 엄마가 싫어지는 내가 싫었다. 어른이 된 나는 엄마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이후 요양보호사가 왔다. 훈련받은 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간병인도 싫고 요양보호사도 싫어했다. 당신 공간에 타인이 있는 것도, 그가 당신의 살림살이를 만지는 것도, 그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도, 모두 싫고 힘들어했다. 시스템은 돌봄의 모든 것을 커버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일을 해나가야 했던 린에게 도우미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어머니가 간병인에게 더 많이 의지할수록 나는 더 행복해졌다. 더 많은 시간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만일 린이 전적으로 돌봄을 수행해야 했다면,"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었다. 그냥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면 나는 24층에 있는 어머니 아파트의 여러 창문 중 하나에서 몸을 내던졌을 것이다." 돌봄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겐 충격이겠지만, 나는 공감했다. 일상의 통제권을 잃고 태연하기란 불가능하다.린의 어머니는 11년 돌봄을 받다 98세에 영면했다. 영면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마나 힘들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느린 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어머니의 마지막 활동을 지켜보는 건 어떤 경험인지, 린은 침착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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