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샘의 맥주실록]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로슈포르 트라피스트 맥주
나무르라는 표지판을 따라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창밖으로 언덕이 가까워지며 엔진은 조금씩 낮고 무거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버스는 얕은 산기슭을 꾸준히 오르는 중이었다. 산세가 험한 우리와 달리 이곳은 얕은 구릉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었다. 어디에도 우뚝 솟은 봉우리는 없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넓어지면서 초록색 풍경이 펼쳐졌지만, 그 속에 사람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로슈포르 수도원에 가면 꼭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물이었다. 로슈포르는 수도원 안에 있는 샘물이 맥주의 비법이라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 샘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물론 수도원 내부는 특별한 허락 없이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양조장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여행에 방문 계획은 있지도 않았기에 샘물을 볼 거란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고개를 넘으니 저 멀리 수도원 첨탑이 보였다. 앞에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은 양조장이 분명했다. 작은 수도원에 비해 양조장은 꽤 컸다. 버스는 어느덧 양조장에 도달했다. 솔직히 이곳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로망이 이뤄진 것과 다름없었다. 입구에서 단순히 사진만 남길 요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남자는 우리를 양조장에서 수도원으로 가는 작은 쪽문으로 안내했다. 철창으로 된 정말 작은 문이었다. 우리는 닫히면 열 수 없으니 조심하라는 중요한 정보를 서로에게 전달하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내심 예상치 않은 상황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양조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양조장은 물론 수도원까지 들어오게 될 줄이야, 복권을 맞아도 크게 맞은 것 같았다. 로슈포르 수도원은 작고 아담했다.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이 그대로 묻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주위에는 포클레인들이 서 있었다. 귀국 후에 알았지만 2010년에 큰 화재가 있어 목재 건축물이 모두 소실됐다고 한다. BBC에 나올 정도로 심각했던 재난이었다. 다행히 수도사와 양조장은 모두 무사했지만 폐허 복구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날 느낀 날 것은 아마 화마가 새긴 흔적 아니었을까.
로슈포르 수도원이 부활한 것은 아헬 트라피스트 수도원 덕이다. 1887년 아헬의 수도사 안셀무스 주도로 수도원을 매입했고 1889년 트라피스트 수도원으로 복원되며 새 건물이 들어섰다. 맥주 양조장은 1595년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952년이었다. 전통적인 로슈포르 맥주는 세 종류로 6, 8, 10 숫자로 구분된다. 숫자는 알코올 도수가 아닌 비중에서 비롯됐다. 6은 비중 1.060, 8은 1.080, 10은 1.010에서 가져왔으며 높을수록 알코올 도수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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