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없는 밴드, 시대 읽은 015B의 색다름 공일오비 발라드 무한궤도 음악 015B 손민현 기자
결성부터 독특했다. 무한궤도 활동이 끝나 솔로로 전향한 신해철을 뒤로 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둔 대학생들은 새 팀을 조직하여 음반을 내기로 의기투합했다. 기존 멤버였던 피아노의 정석원, 베이시스트 조형곤, 드럼의 조현찬이 합류했고 정석원과 형제였던 장호일이 기타를 잡았다. 그런데 마이크를 잡을 사람은 없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목소리가 부재한 밴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같은 출발선의 신해철이 철학적인 가사와 천재성으로 신도들에게 숭배받는 위치였다면, 이들은 스스럼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대차게 외면하기도 하며 그들과 친근하게 소통한 입장에서 다가갔다. 서정성으로 충만한 발라드, 실험적인 사운드, 간혹 이 사회의 단면을 영리하게 벗겨낸 가사까지, 015B는 대중이 좋아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진실되게 음반에 녹여낸 아티스트였다. 는 015B의 오리지널리티가 가장 진한 작품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감성적인 트랙이 절반 이상을 채웠지만, 주류에 반하는 태도가 가장 먼저 돋보인다. 단적으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환경오염을 향한 신랄한 풍자곡 '4210301'에는 당시 태동하기 시작하던 랩을 삽입해 시대를 앞선 이들의 역량을 증명했다. 군부 정권이 쌓은 댐이 무너진 문화 대범람의 시기, 세상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었고 '015B는 항상 새로운 걸 들고나온다'는 걸 각인했다.
앨범은 이별의 정서를 붙잡고 있지만 절절하게 치닫지만은 않는다. 남성 보컬의 피쳐링은 적당히 슬프며, 적당히 신나는 015B의 무드를 대변하기에 적합했다. 부드러운 선율 역시 마음을 쓸어내리고 그 시절의 낭만을 홀로 반추하게 돕는다. 최근 열풍이었던 시티팝이 떠오르는 '비워진 너의 자리 속에'가 색소폰 음색으로 끈적한 무드를 형성하는가 하면, 졸업식 송가로 새 생명을 얻은 곡 '이젠 안녕'이나 산뜻한 연주곡 '동부 이촌동 새벽 1:40'은 아련한 감상을 선사하며 작품의 테두리를 옅게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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