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 지난 몇년 새 나는 간디수산, 간디제과, 간디네 즉석떡볶이, 간디청과의 대표가 됐...
학교 행사 때마다 붐비는 교내 ‘장학카페’ 앞. 이병곤 제공 [세상읽기]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 지난 몇년 새 나는 간디수산, 간디제과, 간디네 즉석떡볶이, 간디청과의 대표가 됐다. 뭐든 팔아야 한다면 또다른 임의 업체의 대표가 될 운명이다. 나랑 상의? 그런 거 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제천간디학교장학회’ 부모들이 그러고 있다. 2년 전쯤 장학회 밴드에서 판매 물품 광고를 올릴 때였다. 한 학부모가 ‘교장이라는 상징’을 가져다 이리저리 전자 명함을 만들면서 ‘놀기’ 시작했다. 물건만 잘 팔리고, 덤으로 재미까지 누린다면 말릴 까닭이 없었다. 온라인 시장 ‘제천간디장학장터’ 밴드와 오프라인 시장 교내 ‘장학카페’가 주요 판매 창구다. 학교 주변 농가에 도움 줄 만한 제철 농산물, 친환경 제품, 농수산 가공식품 같은 물품을 판매한다.
장학회의 주력 수익 품목은 김명철 사단법인 간디공동체 이사장의 처방과 감수 아래 제조되는 ‘한방차’와 덕산면 마을공장에서 착즙한 ‘에이비시주스’다. 특히 에이비시주스는 간디공동체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마을너머’의 스마트스토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다. 마을너머를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할 책임은, 19년째 근무해온 교사로서 법인 사무국장을 겸임해온 황선호 대표가 맡고 있다. 마을과 학교는 결국 ‘사람’이 이어줘야 한다는 경험과 판단 아래 이런 시도를 해오고 있다. 학교 행사 날이면 장학회 ‘사업장’ 둘레가 시끌벅적하다. 교장실 창문 너머로, 운동장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장학카페 컨테이너를 바라본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니 어묵탕이 끓는 모양이다. 두툼하게 속을 넣은 샌드위치 굽는 냄새도 가득하겠지. 밴드를 통해 미리 주문받은 물품 상자들이 바닥에 즐비하다. 그 곁엔 아나바다 장터 좌판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 산골까지 와야 하는 장학회 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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