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따라 성심당 딸기시루를 구매하며 기다림 속에서 쌓인 추억과 함께해 겨울을 닮은 특별한 맛에 감동한 기사입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가 며칠 전 어느날 내게 카톡으로 이미지를 보내왔다. '대전 성심당 딸기시루 선착순 판매 안내장'이었다. 12월 23일 월요일이 시작이었다. 아이는 체험학습을 내고 성심당 을 가겠다고 했다. 케이크를 사겠다고 학교를 빠지겠다는 말이 요새 아이들의 예측못한 발상을 당최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30년 전에도 성심당 은 적어도 대전 안에서는 유명했다. 네스카페 캔커피가 600원일 때 성심당 키위주스는 2500원이었다. 그때 나는 일주일 내내 캔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가 그 당시 대전의 번화가인 은행동에 나갔다. 계룡문고에서 책을 보다가 출출해지면 성심당 으로 향했다. 소보로 빵에 키위주스를 마시는 토요일은 내게 가장 큰 달콤함이었다. 내가 서울에 올라온 후 튀김 소보로가 뜨면서 대전역에 성심당 분점이 생겼다. 단지 튀김소보로를 사러 타지에서 대전역에 가는 사람도 봤다. 너무 일찍, 너무 가까이 성심당 을 접한 부작용이었을까.
그런 유행이 유난스러워 보였다. 그랬으니 성심당 가겠다고 학교를 빠진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른의 당연함은 중학생 아이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지난 몇 번의 전쟁으로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내 기준으로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아이 덕에 몇 번 했다. (관련 기사 : 딸은 하나인데 사위는 세 명이랍니다 https://omn.kr/2bj0k ) 그래, 기왕 갈거면 첫날에 가보자. 월요일 오픈런하면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겠지. 일요일 밤에 세종 친정에 가서 자고 오픈 시각에 맞춰 가기로 했다. 완벽하게 틀린 예상 내 예상은 완벽하게 틀렸다. 내 뒷사람은 여기 오느라 연차를 냈다고 했다. 내 앞사람은 경기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내 앞뒤로 적어도 다섯 명 이상, 대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성심당 케이크 부띠크 바로 아래 지하상가를 한 바퀴 돌만큼 줄이 길었다. 덕분에 꼬박 두 시간 동안 줄을 섰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두 시간 동안 줄을 서면서도 사람들의 얼굴이 설렘으로 반짝이는 게 보였다. 딸기 케이크가 세상에 성심당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신기했고, 이 많은 사람들의 질서정연함도 감동이었다. 성심당은 '특별한 시간을 굽는 곳'이었다.'가치 있는 기다림'이라는 마케팅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 공간에 가면 자연스레 느껴진다. 나야 딸아이 덕에 얼떨결에 함께 서게 된 줄이지만, 덕분에 소문난 맛과 겨울 한정 딸기의 특별함, 그리고 그 순간의 열기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뭐든 심드렁한 중학생 딸이 열정을 보이길래 못 이기는 척 떠난 길이었다. 줄이 길다며 투덜거릴 법도 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들뜬 얼굴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쏟아냈다. 최근에 학교에서 일어난 얘기, 자기 친구 얘기, 요즘 본 웹툰 얘기까지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덕분에 기다림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삶은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들의 총합이라고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순간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가장 귀한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성심당 앞에서 배운다. 그렇게 줄을 서서 사온 케이크. 부드러운 시트 사이로 퍼지는 딸기의 달콤함과 상큼함이 혀끝에 닿았다. 꽁꽁 언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온기 같았다. 크림은 눈처럼 포근했고 딸기 한 알 한 알은 방금 눈을 밟은 듯한 신선함을 품고 있었다. 딸기 시루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꽃 같은 맛이었다. 그 안에는 추위 속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아이의 설렘, 함께 보낸 시간의 소중함이 담겨 있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그 맛은 단순히 달콤함을 넘어 딸과의 하루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이었다. 그날의 딸기 시루는 겨울을 닮아 있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순간을 품은 특별한 계절의 맛이다. 우리는 함께 그 맛을 음미하며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또 하나의 겨울 풍경을 완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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