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버스 이용객 10%의 비밀 농어촌버스 무진장여객 교통약자 월간광장 진안군 강양미, 이규홍 기자
나는 대중교통이라고는 버스와 택시뿐인 이곳에서 자가용을 거부하고 여전히 버스 타기를 고집하며 살고 있다. 나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어 농촌을 선택했고 자가용이 없는 내겐 농촌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이동이 어렵다. 사람들은 시장에 가거나 돈을 벌려고도 이동하지만, 누군가와 만나거나 무언가 즐길 거리를 찾아서도 이동한다.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모색한다. 함께 살고 함께 움직이던 농촌공동체는 이제 옛말이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집에 들였고 이젠 그걸 타고 각자 목적지로 향한다. 어쩌다 술에 취했어도 핸들을 잡아야 한다. 여긴 대리운전도 없으므로. 아니면 어마어마한 택시비를 감당해야 한다.처음 귀촌한 곳은 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곳이었는데 하루 세 번 버스가 다녔다. 버스 운행이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시간에 맞춰져 있어 낮엔 버스를 볼 수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슬리퍼를 끌고 코앞에 있는 편의점과 빵 가게를 갈 수 있었고 오가는 길에 즐비한 식당에 들어가 식욕을 채웠던 대도시에서의 삶을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적어질 거라는 근거는 뭘까? 인구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답은 간단하다. 이유도 분명하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사람들이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버스 타고 다닌다고 하면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충고랍시고 한마디씩 던진다. - 이방인에게 버스는 불친절하다. 노선표는 중요한 거점으로만 표시되고 버스 시간표는 터미널이나 정류소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버스 안에 노선표가 있냐고? 당연히 없다. - 기다려도 오지 않거나 눈앞에서 지나가 버리는 버스! 바뀐 시간표는 일급비밀이다. 버스터미널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평균 버스 대기 시간은 2시간 이상, '지금 내리실 곳은 어디'라는 안내방송 같은 건 없다. 기사님은 오직 앞만 보고 내달린다. - 시골 버스의 속도는 토네이도보다 빠르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바람처럼 내닫는다. 정류소에 사람이 안 보이면 무정차 통과.
농촌의 '여성일자리지원센터'나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는 운전면허취득과 장롱면허 탈출 지원에 가장 많은 예산을 편성한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2023년 3월 말 무진장 여객은 결국 저상버스 도입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