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씨네만세 733]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계급 없는 사회는 없다. 계급 없는 이데올로기도, 계급 없는 종교도 없다. 인간이 만든 모든 조직과 개념은 자연스레 계급을 형성한다. 심지어는 무정부주의자들이며 인위적인 것을 벗어던지자는 평화공동체 안에서조차 계급이 형성되고는 한다. 그 계급을 없애려 다시 인위적인 장치가 들어가고 그러다 무엇이 인위적인 것이며 자연스런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그렇다면 인간은 본래 나누고 구분하는 동물인가. 더 높아지고 강해지기 위하여, 남보다 나아지고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존재인가. 인간이란 과연 그러한 것인가를 되묻게 될 때가 지금껏 얼마나 많았는지.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가치체계를 이데올로기라 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엔 수종의 이데올로기가 경합하며 협력하고 있을 테다. 그중 가장 강한 놈을 우리는 자본주의라 한다. 그리고 그와 긴밀히 붙어 있는 여러 이데올로기가 있을 테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을 정당화하는 오늘의 교육체계 또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모두에게 있는 부모가 저 혼자 없다는 사실도. 영준이 자주 같은 집만 찾는 건 그래서다. 영문이 영준에게 그래도 한 집만 가지 말고 골고루 가라는 얘길 하는 것 또한 역시 그래서다. 제 동생을 끔찍이 살피는 영문도 아직은 어린 아이, 홀로 동생을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영준은 아이들의 세계에 머물러 있지만, 영문은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걸치고 있다. 영문은 어른들의 시선을 안다. 영문이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 돈을 뜯으면서도 집에다 알리지 말라고 협박하는 건 그래서다. 알려지면 안 된다. 어른들에게 영문과 영준 형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저 불쌍한 존재니까. 두려움도, 동경의 대상도 아닌 못나고 불쌍한 애들일 뿐이니까.엄마가 마을의 현안인 재개발 문제로 바쁜 사이, 기준은 영문이 군림하는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간다. 그가 제 신발을 신고 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는 내심 자랑스레 여긴다.
어디 경쟁 뿐인가. 버티고 살아내는 데도 넘기 힘든 격차가 있다. 영화는 기준에겐 당연한 것이 영문과 영준에겐 그렇지 못함을 드러낸다. 기준에겐 한 차례 실수인 것이 영문과 영준에겐 씻기 힘든 과오가 된다. 부모의 존재가, 재력의 격차가, 곧 계급이며 신분이 된다. 영화의 백미는 영화 속 건실한 모습을 한 인물들의 입에서"너는 쟤와 달라"하는 말이 터져나오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우리가 사는 세상엔 계급이 있다는 것을 이로써 알도록 한다. 영화 밖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영화 속 어른들은 이들 형제의 사정을 돌아보지 않는다. 들여다 본다 해도 쉬이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높고 멀리 볼 수 있는 이들은 낮고 좁은 시선을 가진 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이해할 필요가 없이 살아왔으니까. 그리하여 영문과 영준의 여름은 기준의 여름과는 다른 계절이 된다. 누군가에겐 서핑의 계절이 다른 누구에겐 폭염이며 혹서기로 기억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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