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에 짜장면까지…한끼도 타협하기 싫다면 이곳으로 [ESC]

커버스토리 전남 신안·목포 미식 여행힘 좋은 뻘낙지로 물김연포탕·탕탕이 등 낙지 요리 향연가는 면으로 만든 짜장면 ‘중깐’엔 76년 노포 역사 오롯이맑은 국물 뼈해장국·쑥경단 디저트…쉴 새 없이 미각 자극

맑은 국물 뼈해장국·쑥경단 디저트…쉴 새 없이 미각 자극 전남 신안 ‘천사신안아구찜’의 주인이 연포탕을 한국자 떠서 선보이고 있다. 신안 갯벌 낙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게 특징이다. 박미향 기자

돌 틈이나 갯벌에 서식하는 연체동물 낙지는 양식이 쉽지 않다. 낙지의 수명은 대략 1년인데,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서너달을 돌보다가 알이 깨어나면 생을 마감한다. 해야 할 도리를 다했다고 판단한 것일까. 낙지가 속한 문어과 동물들의 지능이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수컷도 교미가 끝나면 죽는다. 미스터리한 습성이다. 이 번식법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낙지의 먹이인 게나 새우류, 조개류 등이 넘쳐나도 양식은 꿈도 못 꾼다. 고작 인공 산란장인 ‘낙지 목장’을 만들어 어미를 보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지난 5일 ‘천사신안아구찜’에 낙지 한상이 차려졌다. 낙지탕탕이, 낙지초무침, 연포탕 등이 차례로 나왔다. 3년 전 문을 연 ‘천사신안아구찜’은 목포에도 식당이 있는 강공주씨가 주인이다. 그가 산낙지를 선보였다.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허점만 보이면 그 틈을 노려 튈 태세다. “요놈 좀 보소. 세죠. 이걸 탕 끓이면 담백한 맛에 완전 보약이랑께요.

선조들의 낙지 사랑은 여러 문헌에서 확인된다. ‘자산어보’엔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마리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적혀 있으며 ‘주촌신방’에는 “혈액을 보충하고 기를 돋운다”고 기록돼 있다. 이것뿐인가. 다양한 낙지 조리법도 전해진다. ‘산림경제’, ‘주방문’, ‘시의전서’에는 낙지를 볶고 써는 법이 등장한다.미식 여행 일정을 잡을 때 가장 고민되는 점은 아침 식사다. 이른 아침에 문 여는 식당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공복을 채우자는 심산으로 식당을 고를 수는 없다. 진정한 미식가라면 한끼도 타협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신안군 압해읍 송공여객선터미널 앞에 있는 ‘정자네 횟집’은 반가운 곳이다. 새벽 4시께 문 여는 이 집을 지난 6일 아침 8시께 찾았다. 주인 김정자씨는 “단체 관광객 맞으려면 일찍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집엔 다른 식당에도 없고 심지어 차림표에도 없는 특이한 낙지 요리가 있다. 주인 김씨는 “우리 손님들은 ‘물김연포탕’ 주라 해요.

낙지와 꽃게가 만나는 대파칼국수를 내는 식당도 있다. 신안군 자은도에 있는 ‘신진횟집’은 개업 역사만도 33년이다. 지금의 주인 이영순씨가 맡은 건 4년 전. 서울에 대파버거가 있다면 이곳엔 대파칼국수가 있다. 칼국수 면에 대파즙을 섞어 만든 것이다. 여기에 살이 넉넉하게 오른 꽃게까지 덤으로 올라가 푸짐하다.목포에 있는 ‘신미정’도 낙지 명가다. 식당 경력 45년째인 김옥순씨와 남편 송신일씨가 운영하는 이 집은 반찬에서 품위가 느껴진다. 본래 식당의 격은 반찬이 결정한다. 가지런히 나오는 반찬들은 만듦새와 맛이 정갈하다. 배가 들어간 신미정의 낙지초무침은 단맛과 매운맛이 교차하며 혀를 사로잡았다. 바삭한 김 가루가 올라간 밥과 비벼 먹으면 호화로운 파인다이닝이 부럽지 않다.김씨는 “배로 2시간 걸리는, 김대중 선생 고향 하의도 가는 길에 있는 옥도 낙지밖에 안 쓰제. 매일 배로 오제. 옥도 낙지를 젤로 치제”라고 자랑한다. 그는 식당 뒷마당으로 안내해 옥도 낙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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