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음식을 만나는 순간] 한국 와인과 차례 음식
음식에 있어서 대한민국 전역이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날이 있다. 바로 추석이다. 평소에는 빵을 즐기느라 찾지도 않던 깨 가득 송편을 먹고, 초콜릿 대신 강정과 약과를 집어 들고, 바나나 파인애플 말고 사과 배를 간택한다. 밥상에는 도라지, 고사리 등의 나물과 각양 각종의 전이 올라가는데, 그야말로 추석은 음식에 있어서 외적의 침략을 막아내는 독립기념일이라 할 만하다.
고민인 것은 그동안 몇 차례 경험했던 한국 와인들이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외국 와인과 비교해서 맛과 향이 아쉬웠다. 마음 깊은 곳에 고여 있는 애국심을 다섯 두레박 이상 길어 올리지 않는다면 굳이 구입해서 마시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터넷으로 요리조리 검색하다가 마음이 동하는 한국 와인 시음기를 발견했다. 글쓴이는 2022년 7월 코엑스에서 열린 주류&와인 박람회에서 '라라'라는 한국 화이트와인을 맛보고 머릿속에 바로 느낌표가 떠올랐다는 것이다.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인상을 받아 일부러 한 병 구매해서 집에 와서 또 마셨다는데, 한국 와인이라서 긍정적인 리뷰를 쓴 게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그렇다고 당구장 표시까지 넣어가며 강조했다.
책자에는 여덟 가지 와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에 내가 구입한 '라라'는 청수 품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12%인데 제품의 후면 라벨에 '알코올 도수를 맞추기 위해 설탕을 추가하였으나 잔당은 거의 없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마도 포도의 당도가 알코올 도수 12%가 나올 만큼 받쳐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수많은 화이트와인을 마셔봤지만, 토종 한국인에게 이렇게나 강렬한 노스텔지어를 느끼게 한 녀석은 처음이다. 와인이라는 이국적 형식의 음식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감지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헛웃음 비슷한 웃음이 나왔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기대 이상이야. 상당히 괜찮네.""옛날에 먹던 큰 눈깔사탕있잖아. 청포도 맛 나는 것 말이야. 그 향이 나니까 참 재밌어. 근데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고 자연스러워."아내의 표현처럼 입에서는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심심하거나 재미없는 게 아니라 단아한 차분함이랄까. 적당하게 기분 좋은 신맛에 밸런스도 좋고 음식과의 궁합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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