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다’는 특징은 대개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r말없는소녀 영화 위로
‘말이 없다’는 특징은 대개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아이가 말이 없는 경우 부모나 학교의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영화 ‘말없는 소녀’의 주인공 코오트 역시 활달한 또래 소녀들과 달리 과묵하고 소심한 탓에 외톨이 신세다. 집에선 자매들과 어울리지 못해 수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선 남학생이 치고 가는 바람에 옷에 우유를 쏟아도 외마디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글도 더듬거리며 겨우 읽는다. 코오트를 마땅히 보듬어야 할 부모는 되레 그를 “겉도는 애”라 표현하며 무시한다.
제목 그대로 ‘말없는 소녀’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아이가 이렇게 말이 없는 건 사실은 아이 탓이 아니며, 더 본질적으로는, 과묵한 것 자체가 결코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가 원작으로, 함축적이고 서정적인 소설의 문체를 고스란히 옮긴 듯한 절제된 묘사로 큰 울림을 준다. 지난해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하고, 1980년대 아일랜드의 한적한 시골, 코오트는 어머니가 다섯째 아이 출산을 앞둔 어느 여름날, 사실상 남에 가까운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도박에 빠진 아빠, 집안일로 정신없는 엄마는 안 그래도 코오트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지만, 출산을 앞두고 더 바빠졌단 이유로 그를 낯선 친척 손에 맡긴 것이다. “원하는 만큼 오래 데리고 있어도 된다”는 비정한 말과 함께 말이다.
도착한 첫날 밤 침대에 오줌을 쌀 정도로 새로운 환경에 긴장했던 코오트는 에이블린과 션 부부로부터 난생처음 다정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에이블린은 애정 어린 손길로 코오트를 씻긴 뒤 빗질을 해주고, 함께 샘터에 물을 길러가거나 요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에 비해 션은 무뚝뚝한 편이지만, 코오트와 농장 일을 함께하고, 우편함까지 뛰어갔다 오는 시간을 재는 놀이를 하면서 코오트를 즐겁게 해준다. 이들은 “아무 말 안 해도 된다”며 말수 적은 코오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데, 바로 그런 사소한 다정함 덕에 코오트는 갈수록 질문도, 표현도 많아진다.평화롭게만 흘러가던 시간은 부부가 처음 코오트를 시내로 데리고 나가면서부터 다르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낡은 남자아이 옷만 입던 코오트에게 새로운 원피스가 생긴 기쁨도 잠시, 코오트는 의도치 않게 부부의 아픈 비밀을 알게 되고, 이는 이들 모두를 비통함에 빠뜨린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세밀하고 생생하게 와 닿도록 그려냈다는 데 이 영화의 미덕이 있다. 코오트의 1인칭 시점에서 쓰인 소설을 옮긴 영화는 과묵한 아이의 내면에서 일렁이는 감정 변화를 대사 대신, 얼굴 클로즈업과 시점 숏을 활용해 표현해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아일랜드의 찬란한 자연 풍광과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밑에서 올려다보는 느낌으로 촬영한 장면이 많다. 자신의 달리기 능력을 알아봐 준 션의 격려에 따라 처음 달려나갈 때 보이는 키 큰 나무들, 우물에 양동이가 닿을 때 일어나는 물의 파동 등 코오트의 눈에 담긴 풍경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관객도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 동화된다.
이러한 장면들이 켜켜이 쌓여, 말 없던 소녀가 마침내 토해내듯 맘속의 진심을 꺼내놓는 마지막 대목은 묵직한 울림을 자아낸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찰나의 다정한 손길들, 말보다 마음을 헤아려주는 침묵 같은 단순한 것들이란 사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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