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죽은 엄마, '호상'이라는 말이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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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죽은 엄마, '호상'이라는 말이 거북하다 나의_해방_일지 돌봄 우울 장례 해방 윤일희 기자

어떤 죽음은 '호상'으로 불린다. 망자가 병상에 오래 누워 있지 않고, 가족을 병수발로 고생시키지 않고 떠난 경우를 이를 텐데,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과 무관하지 않다. 호상이든 호상이 아니든, 죽은 자는 이미 세상에 없으니, 호상이란 말은 철저히 산 사람의 입장을 반영한다.부모님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조문객으로부터 '호상'이란 말을 수없이 들었다. 조문객들은 호상이란 말을 축복이라는 말과 등치 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 말에 당황했다. 호상이라고? 우리 엄마가 나를 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뭐가 '좋은' 죽음이라는 거지?JTBC 드라마 에서 미정의 고모는 시누이인 미정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호상임을 내세우며 망언을 쏟아놓는다.

복지가 허술한 사회에서 가난한 노년과 오랜 병상 생활이 사회 전반에 공포로 자리한 현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돌연사를 호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호상이라며 울고 웃다 호들갑 떨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집에 넣는 망자와 가까웠던 사람들의 소란한 애달픔보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사라지는 조금 멀었을 관계인 조문객의 추모가 더 애도다워 고마웠다.부모의 장례를 치르며 절실히 느낀 점은, 한국 사회엔 애도 문화가 정말 너무나 빈곤하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조문과 조문을 빙자해 이루어지는 무리들의 모임은 조문인지 회식인지 알 수 없이 소란하다. 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조문은 극소수고, 허겁지겁 술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한쪽 구석에선 부탁하지도 않은 밤샘을 한다고 화투판을 벌이기도 한다.

엄마를 묻은 자리에 나무든 꽃이든 심고 엄마를 보듯 했을 텐데. 미정의 가족이 매일 드나들며 엄마의 유골함을 엄마 보듯 하는 시간은, 갑작스레 엄마를 떠나보낸 가족들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좀 천천히 엄마와 이별하고 싶은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엄마의 화장 후 창희는 화장장 직원으로부터 금속조각을 건네받는다. 엄마의 몸에서 나온 금속 덩이. 그것은 엄마의 무릎 인공관절 부품이었다. 손 많이 가는 밭농사 지어가며 다섯 식구 밥해 먹이고 집 건사하느라 닳고 닳아 망가진 엄마의 무릎을, 그 고됨과 고통을, 덩그러니 남은 금속 덩이가 웅변하고 있었다.가족 누구에게도 살가운 애정을 내보일 틈도 없이 노동으로 점철된 삶. 그저 일만 하다 죽은 엄마의 고단했던 시간들을 가족들은 사후에야 겨우 짐작할 뿐이다. 농사도 중노동인데, 서른이 넘도록 독립하지 않고 붙어사는 셋이나 되는 성인 자녀를 돌봐야 하는 삶은 무슨 업보일까.

엄마 장례 후 엄마의 가사 노동을 대신하던 기정이,"엄마 과로사한 거야"라고 비통하게 깨닫고, 남편 제호는 아내가 죽은 후에야 자신의 능력으로 가족을 건사한 게 아니라 실은 아내의 노동에 철저히 빚지고 있었음을 부끄럽게 깨닫는다."이제 더는 못해... 빨간 날이 있길 하나, 365일 매일을 집으로 밭으로 수십 번 들락거리며..."365일 매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느라 엄마는 무엇을 잃어버렸던가. 막내딸이 실연의 상처로 울고 다닌 아픔도, 과년한 큰 딸이 결혼 인연을 찾지 못해 헤매던 방황도, 더는 버틸 수 없는 번아웃으로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운 아들의 고단함도, 일에 치인 엄마는 알지 못했다.

어느 자식이고 애달팠을 마음 한번 알아채지도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팠던"황홀"했던 아이들이 자라 우울한 어른이 될 때까지, 노다지 일만 하느라 자식들의 성장통에 무감했다. 이를 자각한 엄마는 갑자기 무의미해진 자신의 삶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지 않았겠는가. 엄마의 육신이 다 타고 남은 기괴한 인공 관절 조각은 뼛조각보다 더 사무치게 엄마의 과로사를 증거하고 있었다. 그의 돌연사의 원인은 과로였다.창희가 엄마의 인공관절을 소중히 매장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다. 엄마의 노동을 지속시킨, 그러느라 정작 소중한 무언가를 상실하게 만든 그 금속조각을, 그토록 소중히 애도하는 창희의 마음을 알 것도 같지만, 미안함도 고마움도 실기한 회한은 자기 애도일 뿐이지 않은가.자신의 깜냥이 아니라 아내의 헌신과 보살핌으로 집이 굴러갔음을 처절히 깨달았다고 해서, 남편이 아내의 성 역할을 대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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