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을 줄 몰랐던 철부지였다
가을이 성큼 찾아온 골짜기의 한낮 기온은 아직도 따끈하다. 새벽닭이 아침을 여는 산말랭이엔 안개가 가득이다. 어디가 산이고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는 골짜기의 하루가 열린 것이다. 오가는 사람도 드물고 오로지 옹알거리는 도랑물이 주인이며, 가끔 울어주는 이웃집 닭이 소리를 섞는다. 지난해에 벌목 한 앞산에는 맑은 이슬이 반짝이며 여기가 천상의 화원임을 알려준다.
시골주택이 자리 잡은 골짜기는 한없이 조용하다. 길가를 차지한 강아지풀이 이슬을 이고 있고, 길가엔 백일홍도 가득 피었다. 잔잔한 채송화가 빨강으로 물들였고, 가을을 재촉하듯 빨강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일렁인다. 도랑을 따라 자란 고마니풀이 빨간 꽃을 피우며 하늘 속 고추잠자리와 어우러지는 초가을, 가끔 택배차량만이 덜컹대는 골짜기의 풍경은 한없이 고요하다. 위대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골짜기의 삶은 아침 운동으로 시작한다.일주일에 서너 번 찾아가는 체육관은 한 달에 사용료 만원, 200여 명의 주민들이 찾는 대단한 체육관이다. 갖가지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체육관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젊은이들과 어울려 운동을 한다. 동네의 모든 이야기가 오가는 현장이다. 앞집에 누가 살고 뒷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사는 동네다.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곳곳에도 삶의 이야기가 많다.
대장암 수술로 자식들한테 못할 짓을 했다면서 후회 아닌 후회를 하신다. 지금은 건강해 청소도 하며 용돈을 벌어간다는 할아버지는 1937년 생이라 하셨다. 묻지도 않은 생일까지 알려주신 여든이 훨씬 넘으신 할아버지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아들 덕분에 병도 고치고 청소도 하면서 소일하신다는 어르신은 아들 자랑을 시작하셨다. 약속 시간 때문에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자리를 떠나온 것이 너무나 죄송했던 할아버지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다. 더 들어줘야 했었는데, 가끔 후회스러운 할아버지 이야기였다. 아침에 내려온 신선함이 좋아 제방을 달리는 자전거길, 한치의 땅도 놀림이 없는 시골 노부부가 아침부터 늙은 호박을 수확하고 있다. 아직 덜 익은 것이 아니냐는 말에 얼른 수확을 해야 한단다. 익기도 했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손을 댄단다. 왜 따가느냐는 말엔 저절로 자란 것이 아니냐는 능청에 할 말을 잊었단다.
어르신의 이야기가 들판에서 시작되었다. 지난해는 양동이에 가득했을 버섯이 이것밖에 없다며 서운해하신다. 버섯이 적은 것도 기후 탓이란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무모함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며, 그나마 시골에서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씀이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삶의 덧없음과 무의미함이 고맙다[서평] 최성호의 를 읽고
Read more »
함양 축제 무대위에 서다 '관객과 소통하는 희열, 삶의 원동력'지역가수가 전해준 꿀팁 "소를 쏘로 발음하면 더욱 전달력이 높아진다"
Read more »
‘남’이 되어 만난 ‘북’, 항저우서 뜨거운 격돌남자 축구 16강서 맞대결 가능성유도·레슬링 등 겹치는 체급 많아여자 농구, 29일 조별 예선서...
Read more »
반갑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내장국밥보고타에서 맛 본 여러가지 국물 음식들
Read more »
젤렌스키 만난 바이든 “우린 여전히 우크라와 함께해”···4400억원 무기 추가 지원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3억2500만달러(약 4400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추가적으로...
Read more »
“중학생 딸 혼자 키운다 했는데”…제주서 만난 돌싱남의 충격적 실체20여년 전 제주도에서 한 남자를 만나 정착하게 됐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2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A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가서 생활하던 중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남성을 알게됐다고 했다. A씨는 “남성은 타지에서 온 나를 다정하게 챙겨줬고 곧 연인이 됐다”고 말했다. 연인이 된 남성은 중학생 딸을 혼자 키우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