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오랜만에 영화 ‘라쇼몽’을 보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작품이다. 시대적 감수성이 달라져 보는 사람이 줄었겠지만 여전히 영화 역사상 가장 잘 만든 영화 중 한편으로 꼽힌다. 12세기 교토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네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사무라이 한명이 죽었다는 사실 외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네사람 모두 자신들이 꾸미고 싶은 대로 서사를 만들어 사실과 다른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
완벽한 서사가 존재하기 어려우니 우리 앞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말과 글 역시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사가 너무 다르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남는 건 갈등이고 갈등이 불러오는 건 격앙된 감정과 싸움이다. 이기려면 자신의 서사를 믿어주는 사람을 최대한 확보하고 동원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국면에서 많은 정치가는 물론 언론 역시 자신들이 지지하는 쪽에 유리한 서사를 만들어 밀어붙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지하는 쪽의 단점은 덮인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원인과 해결책을 전망하는 목소리에도 어김없이 서사가 난무한다. 지지하는 쪽을 유리하게 하려다 보니 상대는 갈수록 악마가 된다. 미디어는 물론 에스엔에스를 통해 감정을 부추기고 있어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인류가 끔찍한 전쟁으로 멸망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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