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불쑥 찾아왔다. 농사짓는 사람은 계절을 미리 맞는다. 여름이나 가을에 거둘 채소와 곡식을 봄에 심기에 하는 말이다. 봄에 상추, 아욱, 쑥갓, 근대, 봄배추, 열무, 브로
농사짓는 사람은 계절을 미리 맞는다. 여름이나 가을에 거둘 채소와 곡식을 봄에 심기에 하는 말이다. 봄에 상추, 아욱, 쑥갓, 근대, 봄배추, 열무, 브로콜리, 양배추, 감자 등을 밭에 가득 심었다. 일찍 잘 자란 상추는 계속 뜯어 먹고, 아욱과 근대는 틈틈이 수확해서 된장국을 끓였다. 봄배추와 열무는 뽑아서 여름 김치를 담갔다. 양배추는 냉장 창고에 넣어놓고 감자는 햇빛이 들어가지 않는 튼튼한 종이 상자에 넣어두고 먹고 있다. 봄에 심어 밭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이제 수확을 시작한 홍고추뿐이다. 콩과 들깨는 6월에 들어서서 심었으니 가을에 수확한다.이 모든 것을 수확한 밭은 그냥 내버려두었다. 산 아래 있어서 경사가 있는 우리 밭은 폭우가 오면 맨땅인 경우 표토가 다 쓸려나간다. 오랫동안 유기물과 퇴비를 넣어주어서 비옥하고 부드럽게 된 흙이 장마 때 쓸려나가지 않도록 우리는 여름 동안 풀이 무성하게 자라라고 밭을 갈지 않는다.
여름철에 모둠 쌈이나 샐러드에 넣을 잎채소를 기르면 한여름에 극성인 벌레와 병을 잡느라 농약을 많이 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수확량은 적어서 여름 채소는 대체로 금값이다. 여름에 상추가 너무 비쌀 때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상추에 싸서 먹는다고 하는 우스갯말이 돈다. 한여름에는 그만큼 잎채소를 기르기 어렵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유럽 등 서양은 여름에 비록 온도는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잎채소를 기르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잎채소가 잘 자라는 봄과 가을에는 샐러드와 쌈 채소를 실컷 먹고, 여름에는 잎채소는 조금만 먹고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호박, 감자 등의 열매채소와 뿌리채소를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한여름 두달 비어 있던 밭이 새로 올라온 싹과 옮겨 심은 모종들로 가득 찼다. 보고 있노라면 두번째 봄을 맞은 느낌이 든다. 봄에 심어 자라는 작물들은 밭에 풀이 무성하여 쫓아다니면서 풀을 잡기 바쁜 데 비해 가을에는 김매는 일이 비교적 가볍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40년대생이 온다 [똑똑! 한국사회]양창모 | 강원도의 왕진의사 부모님을 모시고 모교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두 분 모두 지팡이를 짚은 채로 외래에서 접수로, 검사실로, 주사실로, 다시 통증치료실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복잡한 미로 같은 병원 구석구석을 헤매 다녔다. 그곳에서 전공의 3년간을 제집처
Read more »
올림픽과 시간 표준 [똑똑! 한국사회]이승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반도체물리학 박사) 무더운 여름을 또 다른 열기로 뜨겁게 달궜던 파리 여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고대 그리스 문화유산을 계승하고자 1896년 그리스에서 개최된 근대 올림픽은 4년마다 찾아오는 인류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잡
Read more »
그린벨트를 국립공원으로 만든다면 [똑똑! 한국사회]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윈저란 도시가 있다. 세계 자동차 수도라는 디트로이트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입지 덕에 오래전부터 부품산업이 융성했다. 공업도시라 환경은 좋지 않지만, 차로 한 시간만 가면
Read more »
당신의 에어컨 뒤편 [똑똑! 한국사회]조기현 | 작가 한여름 늘 시원한 바람과 함께한다. 집도, 사무실도, 카페도 에어컨이 뿜는 냉기로 가득하다. 이 많은 에어컨을 보면 앞에서 바람을 쐬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설치하는 사람으로 지내던 때가 떠오른다. 고2 때 담임선생님이 교무실로
Read more »
노년의 자기결정권과 돌봄통합법 [똑똑! 한국사회]조기현 | 작가 당사자도, 보호자도 모두 지친 후에야 결정이 난다. 요양원 입소 말이다. 부모돌봄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요양원 입소를 두고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노쇠해진 부모님은 살던 곳에서 쭉 살고 싶어 한다.
Read more »
‘교원평가’라는 무딘 칼 [똑똑! 한국사회]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10여년 전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을 때였다. 교직 실무 강의 중에 강사가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 잘 받는 법을 소개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학교 현장에 처음 도입된 지 2년째였지만 나는 평가 때마다 학교 평균을 깎아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