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보석, 신안천사섬 18] 흑산도 ④ 손암 정약전의 길
흑산성당은 손암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 온 지 153년이 지난 1958년에 건립됐다. 예리항과 흑산도 주변 섬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 몽돌을 자재로 사용한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성당이다. 건축사적으로도 의미를 지닌 건물로 2019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드예 신부의 사목 보고서는 '흑산도 최초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을 달아 은색 금속판에 새겨져 흑산성당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흑산성당 유창훈 요셉 신부는"정약전이 살기 위해서 배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신앙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박인수라는 이름이 들어간 족보를 찾아내지 못했다. 손암이 지었다는 성가집도 발견되지 않았다.정조가 승하한 뒤 노론 벽파가 순조의 수렴청정을 하는 대왕대비 정순왕후의 지원을 받아 천주교도를 박해하고 서학을 일찍 받아들인 남인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했다. 구 집권세력인 남인으로서 천주교에 깊숙이 발을 담갔던 약전 약용 형제 집안은 신유박해 태풍에 휘말려 풍비박산이 났다.
다산과 손암은 배교를 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 유배를 갔다. 배교만이 살길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손암은 의금부 조사 과정에서 천주교도들의 실체 파악과 검거에 협조했다. 조선시대 의금부에 넘어온 중죄인의 조사·판결서를 모은 추국기록문서 추안급국안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전주대학교 고전국역총서 150권으로 번역됐다. 이 추안급국안에 다산의 행적이 상세히 나와 있다.다산은 천주교에 입교해 약망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의금부 조사관들이 다산의 집에서 압수한 편지를 들이대며"정약망이 누구냐"고 캐묻자 다산은"저희 일가 중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스스로 천주교인이었음을 잡아뗀 것이다.
손암이 우이도에 나온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약용의 해배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1816년 손암은 아우를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약용의 해배 공문이 내려온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8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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