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 벌인 철없는 짓' 몰매... 과연 누구의 죄인가 커피역사 이봉구 다방 각자도생 초등교사
어려운 시절에는 사람들이 예민해진다. 삶의 여유가 없어지면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그런 사회에서는 함부로 의견을 내세우기조차 어렵다. 요즘이 그렇다. 자고 나면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로 세상일을 함부로 논하기가 어렵다.
다방과 커피에 대한 비판은 당시 신문의 단골 주제였다. 언론에 의해 다방은 잡담패설로 귀중한 시간을 허송하는 사람, 개인이나 단체를 중상함으로 쾌재를 부르는 족속, 문화인의 긍지를 잃고 감상에 도취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넘치는 곳으로 묘사되었다. 여성의 흡연이 가능한 곳이었던 것도 남성들에게는 다방과 커피를 비난하는 이유의 하나였다. '여남동등시대'를 뽐내는 흡연 여성을 바라보는 것은 남성들에게 참기 힘든 일이었다.당시 다방을 출입하던 사람들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당과 점쟁이였다. 불안정한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민심의 약점을 파고든 이들 점성가들이 즐겨 찾는 곳의 하나가 다방이었다. 이들은 다방에 앉아 개인의 운명이나 사주팔자를 논하고, 심지어는 남북통일이나 전쟁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그런 시절에 '커피의 가을'이란 수필을 쓴 인물이 있다. 커피를 좋아했던 소설가 이봉구였다. 1947년 가을에 발표한 이 수필에서 이봉구는 살기 어려운 세상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느니, 다방 정취가 좋다느니 하는 감상을 솔직히 드러냈다.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요즘 표현으로는 악플 세례였다. 어려운 세상인 줄 아는 지식인이 벌인"철없는 짓"이라느니"지각없는 짓"이라는 식이었다. 다방 이외에 갈만한 곳이 없던 시대였다. 다방에 가는 것이 옳다 그르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옳다 그르다를 놓고 떠들 이유가 없는 세상이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나뭇잎이 허공을 날고, 벌레 울음이 밤새워 가슴을 적시는 철에 진한 커피를 마시며 아늑한 다방 한구석에 앉아 좀 쉬는 것은 시비거리가 될 수 없었다."알래스카와 같이 얼음판인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봉구에게는 다방 출입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최소한의 위안이고 취미였다. 커피에 중독이 되어도, 커피값이 부담스러워도 커피를 놓을 수 없었다. 다방 이외에는 갈만한 쉼터가 없었기에 생긴 시비였다. ▲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한 참가자가 전국 초등교사 성명서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다시 지금 이 시대의 우울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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