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름이 사는 법] 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린다는 유기농 '귀한 농부' 윤순자 대표
'귀한 농부' 윤순자 대표와의 인터뷰는 껍질째 먹는 감귤 이야기로 시작했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감귤은 껍질째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떡이나 전 등으로 만들어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껍질 이야기를 꺼내자 직접 체험해 보라며 감귤을 내밀었다."유기농 감귤은 퇴비의 힘으로 자연의 양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맛이 순하고 껍질이 두껍지 않아요. 이 귤껍질을 썰어서 차를 끓여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전으로 부쳐 먹으면 노릇노릇하니 달콤하고 향도 좋고 정말 맛이 있습니다. 말린 귤껍질을 가루를 내서 송편도 만들고, 가래떡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멸치볶음 만들 때도 이걸 넣으면 비린내를 없애주기도 합니다.감귤뿐 아니라 모든 농산물은 통째로 먹는 게 가장 좋아요. 맛과 양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백미보다 현미가 몸에 좋듯이 통째로 섭취했을 때 장기도 튼튼해지고 우리 몸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게 됩니다.
"20대 시절, 우연히 종로5가를 지나다가 삼양사 소작답 투쟁을 하러 올라온 전북 고창 농민들과 전주 가톨릭농민회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게 인연이 돼 농민회 일을 하던 남편도 만났지요. 그 후 결혼하고 전주로 내려가 밭농사와 양봉을 하면서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하게 됐죠. 그러던 중 7박 8일간 열린 야마기시 농법 특별 연찬회에서 '야마기시'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에미서리 공동체에 있을 때인데, 비자가 잘못돼 체류 연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돌아와야 했는데 마침 대학 때 지도교수님이 은퇴하시고 제주에 와 계셨어요. 그분이 집도 넓고 하니까 와서 있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가방 2개만 달랑 들고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로 오게 됐어요.
"초창기에는 무농약은 유기농으로 가기 위한 농법이었어요. 지향점이 유기농이었고, 무농약은 그리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5년간 검증을 통과해야 합니다. 첫해에 농약을 안 쓰고, 화학비료를 3분의 1만 사용하면 무농약 인증이 나옵니다. 이후 3년을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하면 5년째에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유기농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방식으로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청귤청을 담가서 청귤 엑기스를 먹는 것은 물론이고 이걸 작물에 액비로 주기도 합니다. 또 청귤 엑기스 외에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걸로 퇴비를 만듭니다. 청귤청을 만들 때 유기농 설탕이 들어가므로 이 찌꺼기가 발효하는데 매우 용이합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누구나 풀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를 실감하기 마련이다. 유기농법을 채택하면 이 '풀과의 전쟁'이 말 그대로 전쟁이 된다. 제초제를 뿌려 손쉽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표의 풀과의 전쟁 이야기다. 반면에 무농약 농법을 한다면, 비가 많이 오거나 해서 병해가 발생하면 올해는 친환경 농사 안 하겠다, 하고 손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약을 치고 생산물을 일반 농산물로 파는 겁니다. 실패할 일이 없는 거지요. 다음 해에 다시 무농약을 하면 되니까요.""객관적 자료로 보면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특히 풀이 함께 자라는 밭에서 나는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당도가 2∼3브릭스 정도 더 높습니다. 일반 감귤은 9∼10브릭스가 되면 출하를 하는데, 저희가 수확해서 당도를 측정해 보면 12∼13브릭스는 무난히 넘더라고요. 일반 감귤은 한해가 맛있으면 다음 해에는 맛이 없다는 해거리 현상이 있다고들 하는데, 저희 것은 그런 현상도 없어요.
"카페라든지 SNS를 이용해 판매에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 카페 회원들이 1만1000여 명입니다. 이 카페에 들어오신 분들은 거의 저희 유기농을 찾는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가 수확을 할 때마다 게시글을 올려놓으면 그걸 보고 꾸준히 주문해 주시죠. 급할 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분들이 카페 회원들입니다. 땅 살리는 문제는 정말 심각해요. 지금 제주도 바닷속은 백화현상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있어요. 한림 같은 곳은 토양이 오염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할 수 없잖아요. 이게 다 화학비료, 동물성 비료를 사정없이 뿌리고 축사에서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오물을 흘려보내서 생긴 현상입니다.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을 해서 땅과 바다를 살려야 합니다.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데 있어 유기농산물 우선제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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