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③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태원 생존자 인터뷰는 기자들에게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섭외도 어려웠지만 참담한 현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이들을 마주하고 ‘그날’에 얽힌 질문을 던지기는 더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꿋꿋하게 응했습니다. 이들은 희생자를 대신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를 무릅쓰고 세상을 향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얼까요? 그날 이후의 이야기를, 생존자들로부터 1년 만에 들어봅니다.웨딩플래너 상담을 마치고 핼러윈 축제 구경을 하자며 나선 길이었다. 3년 전인 2019년 핼러윈. 함께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찾았던 그 거리의 활기가, 두 사람 발길을 이태원으로 잡아끌었다. 코로나를 보내고 처음 맞는 핼러윈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설렜다. 부부가 돼 있을 1년 뒤 이맘때를 상상하며 걸음을 옮겼다. 둘이 함께 한 그 숱한 날들과 다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어느 가을날의 데이트였다.
"그날따라 깜찍한 분장을 한 아이들이 눈에 띄었어요. 그러다 오후 10시 40분, T자형 골목에 갇혔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앞에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경찰의 말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다중밀집장소를 꺼리게 된 건 생존자들이 호소한 공통 증상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서병우씨는 참사 현장에서 지갑도 함께 잃었다. 새 지갑을 사려고 백화점 갔다가 바글거리는 쇼핑 인파를 본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가 밀려왔다고 한다."초반엔 지하철 타는 것도 힘들어 출퇴근이 어려웠어요. 그나마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죠." 병우씨가 말했다."참사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했어요. 전날 이태원에 간 걸 사람들이 알면 손가락질할 거 같았거든요."생존자의 고독과 죄책감은 가족끼리도 공유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이었다. 난생 처음 식구들과 이태원을 갔다가 누나를 잃은 박진성씨는"슬픈 감정이 울컥 올라와도 가족들끼리는 힘든 얘기를 털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롱씨는"유가족과 달리 생존자들끼리는 만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서병우씨는 재현군이 죽은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땐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나 생존자에게 돌리는 '2차 가해'가 온∙오프라인에서 극에 달하던 때였다. 한 지방의원이 SNS에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게시글을 올린 시점은 재현군이 목숨을 버리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태원 피해자 구술집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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