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 만나고 느꼈던 감정, 이 영화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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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 만나고 느꼈던 감정, 이 영화에 담았다' 어쩌면_우린_헤어졌는지_모른다 이동휘 정은채 형슬우 이선필 기자

영화 시작부터 삐걱대는 남녀 주인공이 결국 헤어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인연을 만나기 시작한다. 다짜고짜 이별 상황부터 들이대는 영화 는 어쩌면 만남보다 이별이 어려운 청춘들에게 당장 필요한 처방전 같은 게 아닐까. 그간 여러 단편 영화를 만들다가 첫 장편 영화 개봉을 앞둔 형슬우 감독을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이 영화의 백미는 두 남녀가 헤어졌다가 잠시 만나는 과정에 있다. 빌려간 태블릿 PC를 돌려달라는 전 여자친구 아영 호출에 준호는 목에 담이 걸려있음에도 꾸역꾸역 현 여자친구를 집에 두고 나간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매번 고배를 마신 뒤 친구네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준호의 모습이 찌질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연민이 가는 지점이다. 형슬우 감독은 전 연인과의 우연한 만남 그 자체가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제가 우연히 아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단순히 구남친, 구여친의 재회 이야기는 아니다. 형슬우 감독의 전작인 단편 등을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꽤 깊이 파고든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소소한 일화를 특유의 유머로 버무린 형 감독의 개성이 지난 단편과 이번 영화에도 잘 녹아있다."살다 보면 친했다가도 더상 보지 않는 관계가 생긴다. 저도 누군가에게 실수하고, 거절당하기도 한다. 그런 게 쌓여가니까 좀 슬프기도 하다. 상대의 실수를 보면 난 저렇게 안 해야지 싶다가 누군가에겐 제가 그런 실수를 하기도 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사실 이 영화로 상대방 단점까지 사랑하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건 좀 가혹하다. 다만 단점까지 사랑은 아니더라도 보호해주고, 포용하는 그런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나같아도 영화 속 준호가 얄밉겠지만, 눈빛으로 상처주고, 친구들 앞에서 무시당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영 입장에서도 준호가 자꾸 예민하다고 하는 그 말이 싫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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