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 홍상수 감독이 말한 '우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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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 홍상수 감독이 말한 '우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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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링 무비 320] 영화

누구나 변한다. 의도를 갖고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고, 흘러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변해있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통해 이전과 비교하여 무엇이 바뀌었는가 하는 것과 변화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은 심지가 남아 있는가 하는 문제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작품을 일으키는 시점에서의 변화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정확한 기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작이었던 것도 같다. 그 이전까지의 영화들이 이야기에 무게가 놓여 있었다면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형식에 조금 더 힘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 접근법이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영화 에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번갈아 등장하는 두 세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한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던 배우 상원에 대한 이야기와 젊은 세대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유명해진 70대 시인 의주의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을 미루어볼 때 동일한 시간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하지만 두 인물과 이야기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찾아볼 수 없는데, 홍상수 감독은 또 한 번의 구조적 실험을 통해 이를 이어내고자 한다. 두 세트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호흡을 이끌어내는 식의 형태다. 영화는 이를 위해 몇 가지 힌트를 장치로 활용한다.한국을 떠나 있다가 돌아온 상원은 가까운 선배인 정수의 집에 잠시 살고 있다. 고양이 '우리'와 함께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려 하지만 아직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는 정수의 고양이가 마냥 사랑스러울 뿐이다.

지수로부터 연기에 대한 조언을 받은 상원 역시 동일한 맥락에 대해 강조한다. 진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외면에 씌인 거짓된 것들을 모두 벗겨내야 한다고 말이다. 가식과 허식과 같은 것들이다. 의주의 경우처럼 실제적인 상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두 사람 모두가 많은 지점을, 행동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상국과 남희가 떠나고 홀로 옥상에 올라 의사의 금지 사항에 해당되었던 술과 담배를 꺼내놓는 의주의 모습은 그런 태도를 견지하고자 하는 선언과도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상원의 대사가 그 시작점이다.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 먹는 특이한 습성을 의주가 보여준 다음 장면에서 상원 역시 동일한 행동을 취한다. 이 행위가 그리 보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두 사람이 모종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가끔 이렇게 먹게 되더라. 나 아는 사람이 맨날 이렇게 먹었어. 있어, 그런 사람'이라는 그녀의 말은 대사 속 '아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의주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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