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오래 사셔야 효도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던 아들이었다'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전문의
시골에 사는 팔순 노인이 폐암4기 진단을 받았는데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보다 못한 서울 큰아들이 아버지를 억지로 서울대병원으로 모시고 왔다. 환자는 항암치료를 거부했고 아들은 강력히 항암치료를 원했다. 환자와 아들은 진료 내내 실랑이를 벌였다. 이 둘 사이에서 내가 환자 손을 들어주자 아들은 강력히 항의했다.“남은 기대여명이 6개월 정도 돼요. 항암치료를 하면 4~5개월 더 연장할 수 있지만 무척 힘들어서 견디기 힘들어요. 무엇보다 환자분 본인이 원하지 않으시고요.”아들과 나의 실랑이가 길어지자 환자 본인이 한마디 했다. “내 나이가 이제 팔십둘이예요. 이 정도면 살 만큼 산 거에요. 때 되면 가야 하는데 이제 때가 된 거예요. 나는 이 정도면 만족해요. 내 친구도 항암치료 받다가 고생만 하다 그냥 가버렸어요. 항암치료 안 할래요.
내가 내린 건 매주 주말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를 만나라는 처방이었다. 항암치료를 해서 삶을 1년 더 연장한다고 하면 1년에 5번 볼 아버지를 2년에 10번 보는 거다. 그런데 매주 주말 아버지를 뵈면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도 스무 번 넘게 볼 수 있었다. 항암치료 없이도 함께 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오래 사시며 시간을 늘리기를 원한 아들에게도, 항암치료를 원하지 않은 아버지에게도 모두 윈윈이 되는 처방이라 생각하며 나 혼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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