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364] 영화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는 하지메에게는 다른 구석이 있다. 남들보다 조금 빠른 삶이다. 어릴 때부터다. 언제나 그랬다. 달리기 시합을 해도 출발 신호보다 한 발 먼저 튀어나갔고, 시험을 쳐도 항상 제일 먼저 답안을 써 내려갔다. 결과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성적은 늘 엉망이었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스쿠터 역시 속력를 내다 과속으로 면허를 정지당하고 창구 한 편으로 밀려났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만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잘생긴 외모와 달리 급한 성격과 지나온 시간 속의 실패들로 인해 금방 이별을 통보받고 말았다. 이것조차 빠르다.
영화 는 한 걸음 앞서고, 또 한 걸음 뒤쳐진 두 사람 사이의 시간과 감정적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020년, 중화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여겨지는 금마영화제에서 5관왕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만의 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 , 로도 잘 알려진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표면적인 인간관계 너머에 있는 단정하지만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동료 직원과의 짧은 연애 이후 마주하게 된 사쿠라코에게 하지메는 빠르게 스며든다. 함께한 시간을 두고 평생 이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는 그에게 있어 그녀는 이제 막 만난 인연이지만 이미 세상의 전부와도 같다. 항상 누구보다 한 발 앞서 있고, 다른 요소를 세심하게 파악하기도 전에 서두르는 하지메의 삶이 이번에도 기지개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레이카는 하지메와 사쿠라코 두 사람의 장면 속에 내내 함께였다. 하지메의 창구 업무 장면 말미마다 등장하던 작고 느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던 여자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자신의 자리에 앉은 그의 앞으로 그녀가 다시 등장한다. 처음으로 얼굴이 원숏으로 잡히고 이번에는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린다. 1초 앞의 남자와 정속의 여자 사이로 레이카가 문을 열고 나온 것만 같다. 1초 뒤의 그녀가 오랜 약속을 간직한 채로 부지런히 걸어온 결과다. 이렇게 완성된 세 사람의 시간적 위치는 이후 이어질 영화의 많은 부분을 지탱하는 중요한 설정이 된다.구조적으로 포착해야 하는 부분은 하지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두 번 되풀이되는 구간의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부터 레이카가 등장한 이후 시간이 멈추는 지점까지가 해당된다. 한 번은 사쿠라카와의 사이에서 진행되고 또 한 번은 레이카와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두 번의 반복. 여기에서 달라지는 것은 화자의 시점이다.
먼저 앞서 나가는 존재의 시간이 걸음을 멈추도록 강요되고 아직 다다르지 못한 이에게는 타인이 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매듭지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이 영화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지점을 통해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후반부의 장면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 하지메의 아버지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메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메가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된다. 진행자가 던진 삶에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질문에 늦은 밤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면서다.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그는 레이카와 버스 운전기사와 함께 멈춘 시간을 유영할 수 있는 인물이다. 역시 공통점은 시간의 정속보다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것. 가족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자신의 속도로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었던 탓이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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