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닿을 수 없는 고통을 SF에 담는 '미미한 작가', 정보라
지난 8월 장편소설 를 출간한 정보라 작가는 자신이 고통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소설만이 아니다. 박사논문 1장 제목도 '고통과 괴로움'이다.
정 작가는 삶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다가간다. 그의 취미는 데모다.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 근처에 머무르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착취당하다 내쫓기는 소식을 뉴스로만 접하면 그저 안타까운 남의 이야기지만, 현장에 찾아 함께 호흡하면 더는 남의 얘기일 수 없게 된다. 또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던 정보라 작가는 연세대를 상대로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 중이다. 수많은 강사가 같은 문제로 투쟁 중이니 이 소송은 개인의 싸움이자 연대이기도 하다. "작은도서관은 물론 독립서점의 문화행사 예산도 다 삭감됐다. 지역 독립서점 한 달 매출이 50만 원인데, 서울 아닌 곳에서는 작가 한 명 모시려면 KTX 타는 교통비만 10만 원이고 강연료에 식사비·원고료까지 50만 원은 들어간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지역 시민들은 그냥 '취업 뽀개기' 같은 책만 읽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런 예산 삭감은 지역 차별이기도 하다.
또 해외 출판사에 대한 지원도 없어졌다. 해외에서 한국 장르문학을 출판하는 건 모두 독립출판사들이다. 남미 지역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난 3월 콜롬비아 출판사에서 이라는 제목으로 내 단편집이 나왔는데, 출간 행사에 가보니 독자들이 구름같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 출판사는 고작 3명이 운영하는 곳이다. 규모가 작은 곳에 대해서는 지원을 안 하려 하는데, 이런 예산을 깎으면 한국 문학 수출에 지장이 생긴다.""당연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겠지만 이미 한번 겪었던 일이지 않나. 정부가 만약에 블랙리스트를 만들면 내가 여러 나라에 가서 여러 나라의 말로 한국 상황을 알려줄 거다.""장르문학은 등단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원래부터 소외된 분야였고 작가가 돼도 딱히 얻을 게 없기 때문에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 등 특권층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고 다양성이 침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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