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올 때를) 행복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현세에서 더 건강하게 그림을 그리다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당시 묘법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한국적인 회화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시절, 내 작품을 하려면 나를 완전히 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 화백은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천군에 시대별 내 작품 변화를 보여줄 대표작 120점을 기증하고 싶다'며 '설계는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되뇌었던 구순의 화가는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그 길을 떠났다.‘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14일 오전 타계했다. 향년 92세. 2021년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행복하게 받아들이겠다"며"하지만 현세에서 더 건강하게 그림을 그리다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던 그는 최근까지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묘법'은 1966년 무렵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묘법이란 캔버스에 유백색의 밑칠을 하고 채 마르기 전에 연필로 수없이 반복되는 선을 그어가는 기법을 말한다.박서보, 묘법 No.01-77,1977, 르몽드지에 연필과 유채, 33.5x50㎝, 작가 소장 또 지난해 4월 말 세계적인 예술서적 출판사 리졸리는 영문 모노그래프 박서보:『묘법』을 발간했다. 또 지난 6월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거장, 자신의 유산을 세상에 남기려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후학 양성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해가는 면모도 보였다. 2019년 기지재단을, 2022년 박서보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기지재단은 박서보미술관과 기념관 건립 관련 일을 맡고, 장학재단은 올부터 홍익대 미술대학 재학생을 선발해 지원한다. 그는 또 자신의 이름을 딴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신설을 추진했지만, 지난 5월 예술인들의 반발로 첫째 수상자만 내고 폐지됐다. 1980년 광주항쟁 당시 관변 예술단체 간부를 지낸 점에 대해 지역 미술계와 청년 작가들이 반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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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그림 그리다 떠났다…'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한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92) 화백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다섯 살 난 둘째 아들이 형의 국어 공책을 펼쳐 놓고 글씨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종이가 구겨지고 제 맘대로 쓸 수 없으니 짜증 내면서 연필로 죽죽 그어버리는 걸 보고, 아, 저거구나, 저 체념의 몸짓을 흉내 내 보고 싶어 만든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생전 '단색화는 서양 미술계에 없었던 '수렴의 미술''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세계 미술계에서도 그가 개척한 단색화를 도공이 물레를 돌리고 석공이 돌을 자르듯 묵묵히 수행하는, 한국적 정신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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