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절연②] 절연은 법적효력 없어 독립세대 인정 못받아... 가족사 개입 꺼리는 탓에 폭력 눈감고 사적인 일로 치부돼
'절연'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연락하지 않고 한 공간에도 거주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일 뿐 법적인 효력이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부모 자식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없다. 또 '탈가정'은 가정을 탈출했다는 뜻으로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자녀가 부모 등 원가족과 분리된 상황을 말한다.미국의 경우 '부모분리' 청구가 있다. 이는 부모를 상대로 혈족 관계를 소멸시켜 달라고 하는 소송으로, 한국 식으로 말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부와 모를 삭제하고 '고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로 세계적 스타가 되었던 배우 맥컬리 컬킨은 이 청구를 통해 아버지와의 혈족 관계를 끊어내고 법률적으로 남남이 돼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전입신고 주소지에 대한 정보 조회를 못하게 하는 '열람 조회 제한'도 있지만 부모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가 어디에 사는지를 물어보고 시달리다 못한 친구들이 말해서 부모가 자녀를 찾아내기도 한다. 부모를 상대로 접근금지를 받아낼 수도 있지만, 폭력 등 피해 입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탈가정했다고 해도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식의 주거지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절연 후에는 현실적인 문제,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게 다가오는데 취약 계층으로서 지원받는 일도 쉽지 않다. 김혜미 작가는"집을 나온 후에 지원을 받기 위해 시도해 봤으나 조회 결과 부모 재산이 걸려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초생활 보장은 개인이 아닌 '가구'를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한얼 변호사는 미성년자도 단독 가구로 세대 분리가 돼야 하며, 부양의무자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완화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 변호사는 지난 17일 오후 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해서 탈출한 경우 외에는 절연을 했다고 증명할 공적인 방법이 없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가족 관계가 위기인데, 엉뚱하게도 위기 지원은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는 국가는 가정 내의 일, 가족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의 일면을 보여준다. 국가가 운영하는 쉼터는 잠시 어려움을 피해 쉬어가는 기관일 뿐 최종 목표는 '원가족'으로의 복귀다.
소수자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사회적 기업 282북스의 강미선 대표는 지난 2022년부터 탈가정 청년들을 만나왔다. 강 대표는"탈가정을 한 청년들은 가정폭력을 겪고 집에서 나왔지만 사회적으로 어떤 혜택이나 도움을 얻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자살이나 고립사 등의 위험이 높은 이들"이라면서"가해자인 부모가 찾아올까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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