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어러 는 또래들이 학업과 취업 전선에서 '1인분의 삶'을 바삐 준비할 때 가까운 타인의 일상까지 2~3인분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 가족돌봄
"뭐라도 해보려던 스무 살에 아버지가 쓰러졌다. 2011년 일이다.이른바 MZ 세대인 조기현 작가는 '영 케어러'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젊다는 수식보다 방점이 찍히는 부분은 돌봄자로서의 정체성이다. 장애나 질병·중독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이르는 영 케어러는 또래들이 학업과 취업 전선에서 '1인분의 삶'을 바삐 준비할 때 가까운 타인의 일상까지 2~3인분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올해로 12년째 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조 작가는 갓 스물이 된 초여름의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에서 열린 '영 케어러와 돌봄의 위기' 컨퍼런스 연사로 나선 조 작가는 "'○○○님 아드님이시죠? 여기 응급실입니다'란 전화를 받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버지를 마주했다"고 돌이켰다.
비슷한 무게를 안고 사는 영 케어러들이 모이고 나누는 자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대목이다. 실제로 조 작가는 현재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을 운영 중이다. "자조모임을 하는데 한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좀비 영화에서 생존자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여기만 오면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이들은 짧은 문장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시로 써보고, 서비스·정책 중 불편하거나 힘들었던 점들을 토론하기도 한다.모임은 단순한 동병상련에 그치지 않고, 그간 본인도 자각하지 못했던 돌봄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게 조 작가의 설명이다. 한 참여자는 '내가 한 돌봄 경험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쓸모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해줬다. 조 작가는"돌봄은 당연히 어렵고 내가 피해를 보기도 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현장에서 영 케어러 지원을 고민해온 박재형 광주 서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은 기존의 복지시스템이 이들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일부 지자체가 가족돌봄청년 지원책을 속속 내놓는 가운데 광주 서구도 현재 관련 조례에 대한 의회 심의가 진행 중이다. 박 사무국장이 직접 발품을 팔며 도움을 요청한 결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10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었고 3년간의 사업비도 확보한 상태다.하지만 네트워크가 조직된 이후에도 지원사업은 5개월 간 난항을 겪었다. 막상 사례자를 찾으려고 보니 담당자들조차도 '영 케어러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초기엔 '노부모를 부양하는 청년'으로 대상을 한정했다가 지금은 '돌봄부담을 가진 청년'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 케어러 실태조사를 담당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함선유 부연구위원은"요즘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학교 교사들도 지원학생 중 영 케어러가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청소년·청년이 스스로 내 상황을 인식할 수 있도록 대중적 교육을 교내 과정으로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육아기 단축근로제 등과 비슷하게 영 케어러의 특수성을 고려한 근로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함 부연구위원은"영 케어러도 워킹맘처럼 급하게 돌봄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되면 돌봄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조 작가는 서울 성동구처럼 '돌봄 경력'을 공식 인증서로 발급하고, 이를 기업에서 인정해주는 형태의 고용 확대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가족돌봄에 쓴 시간과 노력을 채용과정에서 일종의 자격으로 평가해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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